“내로라하는 국내 건설사도 막상 미국에 진출할 때 ‘아는 사람’을 통해 사업을 시작합니다. 상당수는 무자격·무경력이어서 하염없이 인허가만 기다리는 사례도 태반입니다. ‘시장을 잘 안다’며 접근하는 사람이 경계 대상 1호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건축사사무소 겸 디벨로퍼로 활동하는 션 모(사진 왼쪽) , 강혜기 앤드모어파트너스 대표(오른쪽)는 “한국 건설사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 첫 단추를 잘못 채우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복잡한 인허가와 행정 절차에 대한 이해 없이 인맥을 통해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앤드모어파트너스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건축연구소(SCI-Arc·사이아크) 동문인 두 대표가 2015년 설립한 곳이다. LA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만 70개가 넘는 한인 건축가 겸 디벨로퍼 듀오다. 반도건설의 LA 주상복합 건물을 비롯해 코오롱그룹의 베니스비치 플래그십스토어를 설계했고, 최근엔 인디애나주에 지어지는 롯데호텔앤리조트의 L7호텔 설계 및 CM(건설사업관리)을 맡았다. 지난해엔 미국 남가주대(USC) 건축학과에서 초청 강연을 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모 대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한국적인 관습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사업 절차는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며 “한국에서처럼 일단 땅을 사고 보자는 식의 개발 방식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도 미국 진출 때 목표부터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전략을 짤 때 분양과 임대 등 사업 방식부터 주거 문화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맞춰 입지 분석과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LA 한인 타운에선 한국 디벨로퍼가 개발에 나섰다가 사업이 좌초돼 방치된 건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조차 진출을 포기할 만큼 초기 시장 진입 문턱이 높다. 모 대표는 “사업 초기 설계 및 인허가를 경력 있는 업체와 하지 않으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일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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