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자회사, 스페셜티 사업 1300억 베팅

입력 2024-12-26 17:37   수정 2024-12-2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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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자회사 한덕화학이 1300억원을 투자해 경기 평택에 반도체 현상액(TMAH) 생산시설을 새로 짓는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범용 석유화학 부문은 과감히 몸집을 줄이고, 경쟁력이 있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부문에 투자 재원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한덕화학은 26일 경기 평택 포승읍 평택항마린센터에서 경기경제자유구역청, 평택시와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한덕화학은 평택 포승지구에 3만2000여㎡ 규모 부지를 확보해 내년 하반기 TMAH 생산시설을 착공할 계획이다. 상업 생산 시점은 2026년 말이다.

TMAH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의 미세 회로 패턴을 현상하는 공정의 핵심 소재다. 현상 공정이란 웨이퍼 위에 빛을 이용해 전자회로 패턴을 그리는 것으로 TMAH는 한국과 대만, 일본, 미국 등에서만 생산 가능하다. 이 가운데 한덕화학은 반도체용 TMAH 시장에서 점유율 35%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TMAH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인공지능(AI) 열풍 등으로 TMAH 수요가 지난해 37만t에서 올해 41만t으로 10.8% 늘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 수요는 약 60만t으로 올해보다 46.3% 증가할 전망이다.

한덕화학은 1995년 롯데정밀화학과 일본 도쿠야마가 50%씩 투자해 설립됐다. 이후 2020년 롯데정밀화학이 지분 50%를 롯데케미칼에 넘겼다. 롯데정밀화학은 TMAH 원료가 되는 TMAC를 생산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기초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한 공장에서 만드는 유일한 기업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물류비 절감은 물론 삼성전자 등 고객사가 원할 때 곧바로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추가 증설을 위한 확장 부지 마련도 일정 부분 고려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범용 부문 대신 스페셜티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화학군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수요 부진 등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스페셜티 등 신성장 사업 육성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선 울산과 전남 여수 등에서 총 8건, 1조40억원 규모의 스페셜티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초화학 분야에선 두 건(4438억원)의 시설 투자만 진행하고 있다. 정승원 롯데정밀화학 대표 내정자는 “반도체 클러스터 수요를 확보해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일조할 것”이라며 “그룹의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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