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상한가요?"…강박증 환자들의 '톡톡' 건네는 위로 [리뷰+]

입력 2024-12-26 17:49   수정 2024-12-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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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중 1명은 정신병 경험이 있다는 현대 사회다. 연극 '톡톡'은 현대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신병, 그중에서 강박증을 전면에 내세웠다. '톡톡'의 무대는 강박증 환자 6인이 이 분야 최고 권위자인 스텐 박사에게 치료받기 위해 대기실에 모여들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욕설로 "미안합니다"라는 명찰을 목에 걸고 다녀야 하는 '뚜렛증후군' 프레드,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계산하는 '계산 벽' 블랑슈, 50번 넘게 가스 밸브를 확인했어도 또 확인하려고 하는 '확인 강박증' 마리, 씻고 닦고 또 씻는 질병공포증 블랑슈, 무조건 두 번씩 말해야 하는 '동어반복증' 릴리, 모든 사물이 대칭을 이뤄야 하고 선을 밟는 걸 두려워하는 대칭 집착증 밥 등 증상은 다르지만 '강박증'이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았다는 공통점으로 뭉쳤다.

'이 분야 최고 권위자'라는 얘길 듣고 1년이 넘는 대기 끝에 병원을 찾은 이들은 "스텐 박사가 출장에서 돌아오던 중 비행기 문제로 공항에 발에 묶였다"는 얘기를 듣고 기다림에 지쳐 함께 게임도 하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프랑스 최고 연극상인 몰리에르상 수상작이자 프랑스뿐 아니라 캐나다와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세계 전역에서 흥행했다. 한국에서는 2016년 초연됐고, 이번엔 연극열전 10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틱톡'에 등장하는 강박증은 증상이 과장돼 있지만, '이상하다'거나 '독특하다'는 인상을 주진 않는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강박증으로 느낄만한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

강박증 유병률은 약 2~3%로 알려졌다. 전체 정신질환 중 4번째로 흔한 병으로 꼽힌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 중독과 다이어트 강박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톡톡'을 집필한 작가 로랑 바피는 프랑스에서 '코미디의 왕'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톡톡'에 나오는 모든 강박증을 앓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반복적인 스트레스 장애로 줄을 밟지 못하고, 문장을 반복했다"는 것.

그러면서 "강박은 보편적인 증상"이라며 "우리 모두 어느 정도 강박증, 편집증, 공포증, 미신을 갖고 있고, 그래서 작품 속 캐릭터들에게 공감하고 애정을 느낄 수 있다"면서 '톡톡'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았다.

'톡톡'은 각각의 캐릭터들과 이들이 부딪히면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유쾌하게 다루지만, 마냥 우습고 가볍게만 이들을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부담스럽지 않게, 누구보다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한다.

스텐 박사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상황에 직면한 후, 6명의 강박증 환자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룹 치료를 시작한다. 서로의 강박 상황을 제시하고, 일정 시간 동안 강박 증상이 발현되지 않도록 응원해주는 것.

이 과정에서 이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상황에서 각자 갖고 있던 강박증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좌절이 아닌, '열심히 노력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게 '힙'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현대 사회에서 따뜻한 희망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톡톡'은 판타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도 갈수록 강박증 환자가 늘어나는 각박한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표상아 연출은 "실제로 뚜렛증후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강박증은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며 "자신의 강박과 맞서 싸움으로서 강박적으로 하던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경험을 쌓는 것, 즉 강박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할수록 불안과 강박이 점차 완화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안전하고 예측할 수 있는 나의 취향, 나의 방, 나의 공간 안에서 우리는 어쩌면 좀 더 나아지는 길과 방향을 잊어버리고 사는지도 모르겠다"며 "'톡톡'은 굳게 잠긴 나와 당신 사이의 문에 노크하고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서로를 향해 닫힌 문을 여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톡톡'은 대학로 티오엠 2관에서 2025년 2월 23일까지 상연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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