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 인사말을 두고 좌우로 갈렸다. ‘메리 크리스마스’가 미국의 전통을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층과 비(非)기독교인을 배척하는 표현이라고 보는 진보층이 맞붙으면서다.
‘해피 홀리데이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전역에서 사용됐다. 미국 진보 진영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기독교 축일인 만큼 시기가 비슷한 유대인 축일 ‘하누카’(12월 25일~1월 2일), 흑인 축제 ‘콴자’(12월 26일~1월 1일)를 포함해 ‘해피 홀리데이스’라고 부르자고 주장해왔다. 해피 홀리데이스는 2009년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진보층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과 기업을 비판해왔다. 2019년 닐 고서치 대법관이 한 방송에 출연해 앵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건넸다가 ‘사퇴하라’는 여론이 불거진 게 대표적이다.
다만 올해는 예년과 양상이 다르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부터 “‘해피 홀리데이스’는 미국적 가치를 희석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 기간에는 상대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해리스는 아무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도 SNS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만 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올린 뒤 “해피 하누카”라는 게시글을 별도로 올린 것과 상반됐다. 그동안 ‘해피 홀리데이스’를 내건 기업도 보수층 눈치 보기에 나섰다. 유통업체 타깃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매장 장식에 ‘메리 크리스마스’ 표현을 부활시켰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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