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8원40전 오른 1464원8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24일 야간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1460원대를 기록한 환율이 이날 추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으로 1460원을 넘어섰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원20전 내린 1455원20전으로 출발했지만 곧바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 외환시장이 개장할 무렵인 오전 10시께부터 큰 폭의 상승세가 나타나 한때 달러당 1465원을 넘어섰다. 주간 거래를 마친 후에도 재차 상승세를 보여 달러당 1466원을 웃도는 등 변동성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환율 급등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에 연동한 측면이 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점을 시사한 후 달러화지수는 108대로 올랐다. 이날도 108 안팎에서 소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발의로 확대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비상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원화 약세가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권한대행 추가 탄핵 이슈 등 정치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환율이 달러당 1450원 이하로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말 휴가철로 거래량이 많지 않은 점이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작은 쏠림에 환율이 크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문정희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말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 물량이 늘자 환율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 부진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트럼프 2기의 정책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내년 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원·달러 환율은 내년 초 15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맞물린 원화 약세 압력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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