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26일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전격적인 동맹을 맺은 것은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G마켓의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신세계그룹의 강점인 K셀러 소싱 능력과 신뢰도,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판로와 막강한 자본력을 합쳐 국내 e커머스 판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그룹은 내년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손잡고 5 대 5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겠다고 이날 공시했다. 새로 만드는 법인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번 제휴 과정에선 지난 6월 선임된 정형권 G마켓 대표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두 회사의 동맹으로 G마켓이 얻을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알리바바그룹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60만여 명에 이르는 G마켓 셀러(판매자)의 해외 진출을 도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이다. 알리바바그룹 산하 e커머스 계열사는 세계 20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G마켓은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미국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 셀러를 진출시킬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국내 다른 플랫폼 대비 경쟁력 있는 셀러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해외 셀러들의 상품도 G마켓에 입점된다.
알리바바그룹이 축적해 온 정보기술(IT)도 G마켓에 이식된다.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인터페이스) 향상을 통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상품 노출 방식, 판매 및 마케팅 분석 등 알리바바가 보유한 다양한 툴을 G마켓 셀러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에 이어 세계 시가총액 2위 e커머스인 알리바바그룹이 G마켓에 투자함으로써 한국 e커머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알리익스프레스는 G마켓이 보유한 60만여 명의 K셀러 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 중 하나인 G마켓이 갖춘 상품 경쟁력과 신뢰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했다. 최근 세계적인 K웨이브 열풍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핀둬둬에 쫓기고 있다. K셀러를 적극 유치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두 e커머스의 협력이 국내 e커머스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한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반(反)쿠팡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양지윤/라현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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