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몸값' 3조 책정해 합작사 설립…"이마트 회계상 적자 부담 덜어"

입력 2024-12-26 18:24   수정 2024-12-27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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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e커머스 합작사를 설립한 것은 G마켓으로 인한 이마트의 회계상 적자를 사전 차단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마트가 2021년 3조4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G마켓은 시장 내 입지를 잃으며 기업가치가 1조원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맞았지만, 이번 합작사 설립 과정에서 3조원대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입장에선 회계상 대규모 손상차손을 막는 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됐다.

이마트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G마켓 지분 80%를 합작사에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알리바바 측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원을 출자한다. 두 회사는 이를 통해 합작사 지분을 50%씩 보유하기로 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기업가치가 각각 3조원으로 책정돼 합작사 기업가치는 6조원으로 평가됐다.

이번 딜은 G마켓 기업가치 하락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던 신세계그룹이 이번 딜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2021년 미국 이베이로부터 G마켓 지분 80%를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G마켓이 e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으며 2022년 655억원, 2023년 321억원 손실을 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공장·건물 등 뚜렷한 유형자산 없이 무형자산 등이 기업가치의 전부인 G마켓은 고객이 이탈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잃으면 자산가치를 검토해 이를 영업권 손상으로 인식할지 결정해야 한다. 업계에선 올해 말부터 이마트의 회계감사를 맡을 회계법인들이 G마켓 가치를 대폭 낮춰 영업권을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G마켓의 영업권 손상이 현실화하면 이마트는 연말 회계상 수천억원대 대규모 적자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인수 후 1~2년은 인수후통합(PMI) 등 적응 과정이라고 판단해 무형자산과 영업권을 큰 폭으로 깎지 않았지만 올해는 G마켓 가치를 1조원 미만으로 판단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 몸값이 3조원으로 평가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올해 알리익스프레스 거래액(GMV)은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e커머스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던 시절에는 플랫폼 기업 몸값을 GMV 멀티플 1~2배로 매길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방식으로 몸값을 산정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신세계그룹이 당장 G마켓 기업가치 하락이 이마트로 번지는 불길은 막았지만 더 큰 짐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장 1~2년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합작사의 경영 주도권을 잃으면 G마켓을 인수하기 위해 현금으로 투입한 3조4000억원을 모두 날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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