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를 감수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것은 ‘정치적 사안은 정치권이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에게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현상 유지’를 넘어서 첨예한 정치적 사안까지 결정하는 것은 헌정 질서상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 합의’라는 단어를 여덟 번이나 꺼낸 것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을 행사하기에 앞서 여야가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시간을 들여 사법적 판단을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을 때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름을 거론한 뒤 “여야 정치인들이 반드시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실 것이고 또 보여줘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사법부가 “권한대행의 대법원장 추천 몫 재판관 임명은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을 들어 한 권한대행이 책임을 회피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합의가 필요하다’는 논리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국회가 선출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지극히 당연한 절차이고 여야가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27일 한 권한대행 탄핵안이 가결되면 여야 갈등은 격화할 전망이다. 여야는 벌써부터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 정족수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계엄 이후에도 당장 금융·외환시장에 큰 영향이 없었던 것은 경제팀이 빠르게 움직인 영향이 컸다”며 “경제를 담당하는 부총리가 외교·국방까지 맡게 되면 경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다음주 발표를 앞둔 2025년도 경제정책 방향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정책과 시장 관리에 주력해야 할 기재부가 국정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은 부총재를 지낸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국내 기업과 가계도 혼란스럽겠지만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가 동요하고 있다”고 했다.
양길성/강경민 기자 vertig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