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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 무기화-中
유럽의 대표적인 에너지 공급국인 노르웨이가 '전기 장벽'을 검토하고 있다. 송전 케이블로 전력 거래 시장을 연결하는 현행 방식을 재협상하거나 아예 폐기하겠다는 구상이다. 자국 전기를 싼값에 끌어다 쓰는 주변국 때문에 국내 전기료가 급등하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영국을 상대로 전기를 무기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했으니 전력 시장에 대해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국내 전기료 안정화부터" 노르웨이의 전기 무기화
2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노르웨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노동당과 중앙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덴마크와 연결된 전력 인터커넥터(해저 케이블 등 국가 간 전력망) 스카게락을 폐기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중앙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영국, 독일과의 전력 연결망(노르드링크, 노스시링크 등)도 계약 조건을 재협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이는 최근 노르웨이에서 전기 요금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독일과 북해에서 바람 세기가 약해지는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현상이 길어지면서 풍력 발전량이 급감하자 인접국들이 노르웨이산 전기를 대량 수입한 결과다. 노르웨이 남부의 전기 요금(도매 기준)은 이달 중순 킬로와트시(KWh)당 13크로네(약 1600원)까지 치솟았다. 2009년 이후 최고치이자 직전 주에 비해 20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테리예 아슬란드 노르웨이 에너지 장관은 "정말 끔찍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르웨이 정치권에서 국내 전기료 안정화를 우선시해 유권자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노동당은 내년 9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내후년 갱신을 앞둔 덴마크와의 전력 연결망 스카게락을 완전히 종료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기로 했다.
노르웨이 정치권의 '전기 무기화' 움직임은 우파 성향의 진보당에서 비롯됐다. 진보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년 연정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진보당이 "스카게락을 폐기하고 영국, 독일과도 전력 거래 계약을 재검토해서 인접국과의 '전기 가격 (급등) 감염'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다른 정당들도 앞다퉈 해당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르웨이 비판한 EU, 영국엔 전력 시장 장벽
노르웨이의 행보는 다른 EU 국가들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EU는 통합된 전기 시장을 토대로 노르웨이의 풍부한 수력 발전을 활용해 대륙 내 에너지 가격의 균형을 맞추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저렴한 노르웨이산 전기를 수입해 EU 각국의 전기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기뿐만이 아니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에서 막대한 양의 가스를 생산하는 등 EU의 에너지를 책임지고 있다.한 EU 대사는 "이는 EU-노르웨이 관계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라며 "노르웨이가 유럽으로의 전력 연결을 줄이는 것을 그 누구도 좋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노르웨이가 필요할 때는 해당 인터커넥터를 통해 덴마크 등으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EU 차원에서 영국을 겨냥해 '전력 장벽'을 세우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EU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기술, 무역, 에너지 등 전 분야의 관계를 규정한 무역협력협정(TCA)을 맺었다. 양측은 내년에 TCA의 일부 조항을 재협상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의 EU-영국 협상 관련 내부 문서를 입수해 EU의 전력 장벽 계획을 보도했다.
이 문서는 영국에 대한 EU의 방어적 이해관계를 정리한 것으로서 EU 회원국들에 배포됐다. EU 당국은 해당 문서에서 "영국의 체리피킹 금지(no cherry-picking·선택적 접근 금지) 원칙이 전력 거래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이 EU 단일 시장에 재가입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면 EU의 통합된 전기 시장에 대한 접근권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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