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포고령 1호, 국무회의 회의록 등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헌재 측이 해당 서류 없이도 재판 준비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회 측이 제출한 포고령으로 증거를 갈음할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저희로서는 제출된 자료를 가지고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며 “변론준비절차 기일과 관계없이 재판 준비는 재판 준비대로 진행할 수 있다. 소추위원 쪽에서는 대리인도 임명됐다”고 전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17일 윤 대통령에 대해 입증계획 증거목록과 계엄포고령 1호,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을,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입증계획과 증거목록을 24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국회 탄핵소추단은 지난 23일 대리인 위임장을, 24일에는 탄핵 심판 관련 입증계획서와 증거제출서를 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서류 제출 및 답변 요구 등에 응하지 않고 있다. 헌재는 지난 19일 탄핵 심판 관련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해 20일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다. 관련법에 따라 윤 대통령 측은 27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김 재판관은 “원래 한쪽이라도 불출석하면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며 “수명 재판관들께서 적절히 판단해서 준비 절차를 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면 한 번 더 기일을 지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측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길어지는 상황에 대해 김 재판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헌재 사무처장이 답변했다고 들었다”며 “더 이상 추가로 제가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헌재 재판관이 공석이 됐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재판관은 전날 부친상을 당했지만 27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 변론준비절차 기일을 앞두고 소집된 재판관 전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했다. 장례식장은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17호실, 발인은 오는 28일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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