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침체된 국내 관광산업 살리기를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출입국 편의를 높이고, 대형 행사를 상반기로 전진 배치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세 불안으로 방한 수요 급감을 우려했던 관광업계는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26일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관광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통해 방한 관광시장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비 94%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계엄과 탄핵이란 변수가 발생하자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외신들도 최근 국내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졸지에 '여행 주의국'으로 전락했던 터라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은 불안한 국가라는 인식이 퍼졌다. 여행 예약 취소율은 높지 않지만 신규 예약률이 둔화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여행 일정이 진행되는지 문의가 많았지만 예약 취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국 여행 매력도가 떨어져 신규 예약 수요까지 주춤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말 콘서트나 시상식 등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여전해 여행 수요는 줄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향후 수요를 높이기 위해 한국 여행이 안전하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여행 전문 연구센터인 야놀자 리서치는 내년 외국인 관광객 숫자를 2019년보다 7% 늘어난 1873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야놀자 리서치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을 토대로 지난 2년간 여행 빅데이터와 경제 지표, 글로벌 여행 이동량 등을 분석한 결과다.
정부는 방한 관광시장 확대를 위해 출입국 편의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법무부와 협의해 현재 한시 면제 적용 국가·지역에 대한 전자여행허가제(K-ETA)의 한시 면제 기간을 내년 12월까지로 연장한다. 또 한·중 전담여행사를 통해 모객한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해 일정 범위 내에서 무비자 제도 시범 시행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에는 크루즈 관광상륙허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크루즈 선사가 모객한 중국인 단체관광객(3인 이상)의 무사증 입국을 허용한다.
또한 방한 관광 수요를 재창출하기 위한 대형 행사를 내년 상반기로 전진 배치한다. 대규모 쇼핑문화관광축제인 '코리아그랜드세일'(1~2월)을 열어 겨울철 방한 관광 수요 확대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분 인증, 결제가 어렵다는 점은 한국 여행에서 불편한 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해외에서 보편화된 서비스를 오히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알려진 국내에선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어서다. 토종 IT 서비스가 내국인에게만 편리한 탓에 자칫 한국이 '관광 갈라파고스'가 될 우려가 있단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다.
업계는 이날 정부 발표를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가 각국에 연일 '한국 여행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내보낸 데 이어 편의성을 높여 여행 장벽을 허무는 노력을 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이 지나고 리드타임 여유가 있는 내년 1분기부터는 한국 여행 시기를 미루거나, 다른 여행지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상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무비자 정책으로 한국인 관광객의 중국 여행 수요가 늘어난 것처럼 출입국 편의가 높아진 국가 여행객의 한국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근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한국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인의 일상을 경험하는 그 자체가 관광"이라며 "최근 국내 상황으로 인해 방한 관광시장 회복세가 꺾이고 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관광시장이 안정되고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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