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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잠비크의 대선 ‘부정선거’ 논란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시위와 폭력 사태가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두 달 간 누적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산업계도 대형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27일 블룸버그는 모잠비크의 폭력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주에만 최소 89명이 사망해 10월 21일 이후 누적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수도 마푸투에서 시위대가 상점을 약탈하고 경찰서를 방화했으며, 교도소에서 1500명 이상의 죄수가 도주하고 33명이 사망했다. 베르나르디노 라파엘 경찰청장은 “치안 확보를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사태는 점점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잠비크 국영 언론은 약탈과 방화를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국가가 혼돈으로 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센터는 “길거리에는 피가 흐르고, 국가는 사실상 부재 상태”라며 정부의 무책임함을 강하게 비판했다.
모잠비크가 혼란에 빠진 것은 대선 결과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면서다. 올해 10월 9일 치른 대선에서도 프렐리모 측이 승리했다는 잠정 결과가 나오자 야권 후보인 무소속 베난시우 몬들라느 후보는 실제론 자신이 과반을 득표했다고 주장했고,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촉발했다.
이달 23일에는 헌법위원회가 여당인 ‘프렐리모(모잠비크 해방전선)’의 승리를 확정하며 49년간 집권을 연장했고, 야당 지지자들의 대규모 시위와 폭력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국제 사회 역시 이번 선거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은 “결함이 있다”고 평가했으며, 유럽연합(EU)는 “투표 집계 및 선거 결과 조작에 대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함구하고 있다. 다니엘 차포 모잠비크 대통령 당선인은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하며 “1월 중순 취임 이후에나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약 24%의 득표율을 올리며 2위를 차지했던 야당 지도자 베난시오 몬들라네는 “부정선거에 대한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며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명확한 해결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르시소 마토스 마푸투 공대 총장은 “정부는 폭력 진압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제 사회는 양측 간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폭력 사태를 멈추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 의장인 짐바브웨 대통령은 “헌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라”고 요청했다.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면서 모잠비크 경제도 영향을 받고 있다. 가스 자원이 풍부한 모잠비크는 ‘토탈에너지’ 지주사가 주도하는 200억 달러(약 29조 3840억원) 규모의 에너지 수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지연 가능성이 대폭 커졌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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