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증'에 당뇨환자에게 많이 쓰는 혈당강하제인 SGLT2 억제제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정미향 순환기내과 교수와 조정선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이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로 당뇨가 있는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SGLT2 억제제 효과를 분석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15mm 넘게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대표 유전성 심장질환 중 하나다. 환자의 40~60%는 유전자 이상이 확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환이 있으면 급성 심장사, 심실성 부정맥, 심방세동 등 부정맥 위험이 높아진다. 심장의 유연성이 떨어져 심부전으로 이어지기 쉽다.
연구팀은 비후성 심근증과 당뇨병 환자 8066명 중 SGLT2 억제제를 처방받은 2277명과 다른 당뇨약을 처방받은 5789명을 분석했다. 이들 중 일부를 평균 3.1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이를 통해 SGLT2 억제제를 쓰면 사망과 심부전 악화로 인한 입원 위험을 24%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사망 위험은 44%, 심부전 입원 위험 18%, 급사 위험 50%, 뇌졸중 위험 26% 줄었다.
비후성 심근증은 주로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최근엔 비후성 심근증을 위한 마이오신 차단제가 도입됐지만 폐색성 비후성 심근증에만 제한적으로 쓰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심부전 환자 생존율을 높이고 입원 위험을 줄여줘 심부전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 SGLT2 억제제가 부정맥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가 보고됐지만 비후성 심근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지 등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정 교수는 "당뇨가 없는 비후성 심근증 환자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며 "최근 유전자 검사와 심초음파, 심장자기공명영상(MRI)을 포함한 다중 모달 평가로 비후성 심근증의 병인이 점차 밝혀지고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예방심장학저널(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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