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7일 16: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 70조원에 달하는 달러를 공급할 국민연금공단의 전략적 환헤지 발동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간 시장 평균환율(MAR)은 지난 26일 1462.9원까지 상승해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첫 발동 요건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이 1480원 이상 치솟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 수준을 유지하면 연초를 전후로 전략적 환헤지가 본격 가동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략적 환헤지란 국민연금의 모든 해외 자산에 환헤지 비율을 0%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10%까지 높이는 방식을 뜻한다. 국민연금은 2022년 말 전략적 환헤지를 도입한 뒤 제도를 운영해왔다. 아직 발동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다. 전략적 환헤지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환율 분포도가 99% 신뢰구간(2.58σ) 바깥인 극단값이 5거래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발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MAR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매일 변동되는 수치다.
전략적 환헤지는 최대로 가동하게 되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 해외 자산의 10%인 485억 달러(약 70조원)까지 달러를 시중에 공급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통상 은행에 선물환을 매도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미래에 받을 달러를 일정한 환율로 고정해 은행에 파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선물환을 매수하는 은행도 헤지를 위해 그만큼의 달러 현물을 해외에서 차입해 외환시장에 판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불러온다.
환율 펀더멘털을 바꿀 요인이 되진 못하지만 달러 강세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전략적 환헤지 뿐만 아니라 기금운용본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실시하는 전술적 환헤지도 실시하고 있다. 전술적 환헤지란 기금운용본부 재량에 따라 판단해 조정하는 헤지 방식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말 현재 2.75%(약 133억5000만달러) 규모의 전술적 환헤지를 실시하고 있다. 전술적 환헤지는 최대 해외 자산의 5%까지 가능해 추가로 109억달러(약 16조원)가량 공급할 수 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022년 말 전략적 환헤지 비율 조정 방안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유지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한 차례 연장한 뒤 이번에 두 번째 연장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 한도 규모를 종전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 및 연장했다. 국민연금은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환헤지 비율을 줄여 2018년부터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하는 ‘환오픈’ 전략을 유지해왔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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