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모드'에 들어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에 금융권이 술렁였다. 이번에는 1인당 1개의 압류금지 통장을 언급하면서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취약계층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1인당 1개의 압류금지통장 제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개인 금융 활동이 신용 불량이 되면 일체 중지돼 어디에서 아르바이트하고도 아르바이트비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며 "생계비 수준의 한 개 통장에 대해서 압류를 할 수 없게 하면 일상적인 경제 활동은 유지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제도가 개인의 삶을 방해하거나 파괴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며 "신용불량자가 되면 통장 개설을 못 하고, 통장 개설을 못 하면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을 길이 없어 사실상 경제활동 영역 밖으로 퇴출당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생계비 수준의 한계 통장을 압류할 수 없게 한다면 일상적 경제활동은 최소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1개 은행에 대해 압류를 금지해 생계비 계좌로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민사집행법 개정안을 당 산하 민생경제회복단의 10대 민생입법과제에 포함해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우려가 나왔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 악용 가능성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생계유지 비용 이상의 금액을 넣으면 어쩌냐"고 반문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은행은 자선단체냐", "취지는 좋지만 너무 이상적이다" 등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의 '기본 시리즈'가 금융권이나 산업계를 술렁이게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과거 전 국민에게 저리(연 1~2%) 장기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주자고 제안한 일도 있었다. 정치권 등에서도 우려가 제기되자 그는 2020년 9월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우리 국민들 그렇게 불량하지 않다"며 "떼먹는 사람들은 1000명에 한두 명 정도"라고 말했다.
재계에 압박성 발언을 한 적도 있었다. 2021년 말 대선 후보 당시 그는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찾아 "삼성이나 이런 데서 기본소득을 이야기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제가 이재용 부회장님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기업 고충을 듣는 자리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주문 제작을 통보한 셈"(김은혜 당시 중앙선대위 대변인), "의견을 낼 수 없는 곳에 가 겁박하다니 포퓰리스트의 진가를 보여준다"(원희룡 당시 정책총괄본부장)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올해 초부터 민생 위기를 거론하며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촉구했다. 총선 공약으로는 '지역사랑상품권 방식으로 1인당 25만~35만원 지급'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유발이 제한적이고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지난 5월 "고물가로 갈 위험이 있다"며 물가 교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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