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서도 꿋꿋한 업종이 있다. 바로 조선이다. 미국과 인도의 러브콜에 증시 부침 속에서도 연일 순항하고 있다. 그 덕에 조선주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도 고공행진 중이다. 다만 상품별로 콘셉트와 수익률 차이가 커 투자 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이름에 조선이 포함된 상품은 'HANARO Fn조선해운',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 'SOL 조선TOP3플러스', 'TIGER 조선TOP10'(상장일 순) 등 4개다. HANARO Fn조선해운과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는 2022년, SOL 조선TOP3플러스는 2023년, TIGER 조선TOP10는 올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조선주에 불어온 훈풍 덕에 모두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많이 오른 상품은 SOL 조선TOP3플러스다. 올해 들어서만 61.99% 급등했다. 국내 주식형 ETF(레버리지·인버스 제외) 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그 뒤를 HANARO Fn조선해운(47.82%),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34.71%)가 이었다.
상장일인 지난 10월 22일부터 현재까지 'TIGER 조선TOP10'은 26.03% 올랐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 상품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SOL 조선TOP3플러스는 22.26%, HANARO Fn조선해운은 19.02%,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는 17.86% 뛰었다.
수익률을 가른 가장 큰 요인은 포트폴리오 내 HD현대 조선 계열사의 비중이다. HD현대의 조선 계열사로는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마린엔진, HD마린솔루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연초 대비 124.42% 급등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25조6998억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10위를 꿰찼다. HD현대마린엔진은 109.4%, HD한국조선해양은 91.07% 급등했다. HD현대미포도 59.01% 뛰었다. 한화오션(47.01%)과 삼성중공업(45.94%)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26일 기준 TIGER 조선TOP10에서 HD현대 조선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1.91%에 달한다. 이 상품은 사실상 HD현대 조선주에 몰빵한 셈이다. 나머지 세 상품 내 HD 조선 계열사 비중은 HANARO Fn조선해운 49.18%, SOL 조선TOP3플러스 48.45%,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 44.3% 수준으로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HD그룹은 조선업종에서 내 유일하게 명시적인 배당정책을 소통해왔다"며 "배당정책을 주주 환원율로 표현했다는 점은 회사가 배당 외에도 자사주 매입과 같은 다양한 정책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조선사들의 기업가치도 주가수익비율(PER),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 비율(EV/EBITDA)와 같은 이익 기반의 밸류에이션 방식이 적용될 것"이라며 "우수한 원가 구조를 바탕으로 향후 경쟁사들 대비 양호한 수익성이 예상되는 HD그룹 계열 조선사들에게 유리한 구조"라고 평가했다.
HANARO Fn조선해운의 경우 HD현대중공업 계열사 비중은 다소 높았지만, 해운주가 발목을 잡았다. 26일 기준 이 상품에서 HMM과 팬오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6% 수준이다. 두 종목 모두 올해 들어 10%넘게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컨테이너선 업황에 대한 우려가 있어 HMM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을 권하고 있다.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는 조선·해운 섹터 내 여러 종목을 균형있게 담아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 현재 이 상품에는 22개 종목이 담겨 있는데, 한 종목의 비중이 10%를 넘지 않는다. 이 경우 상승장에서 수익률은 부진할 수 있지만 약세장에서도 선방할 수 있다. 보수는 연 0.5%로 액티브 ETF 특성상 다른 상품에 비해 높다.
조선주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인도 조선업 육성을 위한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의회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발의하는 등 중국 선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에는 또 동맹국과 조선업에서 협력을 모색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올해 국내시장이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부진했던 것과는 달리 조선 섹터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상승 랠리가 지속됐다"며 "최근 관련 법의 초당적인 발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국내 조선업에 중요한 기회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조선이 국내 증시의 주요 섹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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