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내 금융시장은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한 탄핵 정국 장기화 우려 속에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연말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정치적 불안이 심화되자 원/달러 환율은 장중 20원 이상 급등하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 역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장중 2,400선 아래로 밀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원 오른 1,467.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장중 고가는 1,486.7원으로,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오후 들어 환율 상승세가 꺾이며 1,460원대 후반으로 조정됐다.
최진호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연말 달러 매수세가 거래량에 비해 과도하게 몰리며 변동성이 커졌다"며 "정치적 불안, 내수 부진, 수출 약세 등이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지수도 정치적 불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날 지수는 전날보다 24.90포인트(1.02%) 하락한 2,404.77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2,388.33까지 밀렸으나 환율 조정과 함께 낙폭을 일부 줄였다. 개인 투자자가 약 2,149억 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1.43% 하락하며 665.97로 마감했다.
이번 정치적 혼란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해 대통령 탄핵 가결에 이어 국무총리 탄핵 소추로 이어지며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대통령이 탄핵된 뒤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까지 탄핵돼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점을 탄핵 사유로 삼았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되면서 경제 수장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전망이다.
앞서 최 부총리는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는 경제 신인도와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탄핵소추안 재고를 요청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치 리스크가 외국인 매도를 유발하며 환율 상승과 투자 심리 위축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환율 급등과 주가 급락이 이어졌다"며 "정치적 교착 상태에 더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여진과 내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 외부 요인도 시장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전망 속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 한국 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며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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