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 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표결 직후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여야 합의를 청하는 말씀에 대해 야당이 합리적 반론 대신 이번 정부 들어 29번째 탄핵안으로 답하신 것을 저 개인의 거취를 떠나 이 나라의 다음 세대를 위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무위원들과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은 평상심을 가지고 맡은 바 소임을 흔들림없이 수행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탄핵소추의 주요 사유인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해 “여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헌정사의 전례를 뛰어넘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제도가 다 규정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정치적 슬기, 다시 말해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는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를 못할테니 그냥 임명하라’는 말씀은 헌정사의 전례를 깨뜨리라는 말씀이자 우리 정치문화에서 더이상 토론과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들라는 말씀이기에 깊은 숙고 끝에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왜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안타깝게도 그런 말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과거에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님은 위헌요소와 부작용 우려가 큰 법안에 대하여 국회에 재의요구를 부탁드렸고 국회도 이를 받아들였다”며 “우리 헌정사에는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이 아직 한 분도 안 계신다. 그만큼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인원 300명 중 192명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대통령이 탄핵된 뒤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까지 탄핵돼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논란이 된 탄핵안 의결 정족수에 관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 탄핵과 같은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이 아닌 총리 탄핵과 같은 '재적 과반(151석)'이라고 밝혔다.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표결에 불참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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