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업력의 목재가공업체 A사 대표는 “중소기업에서 미지의 길이나 다름없는 DX는 내부적으로 짐덩이로 평가받기 일쑤”라며 이같이 속마음을 드러냈다. 기존 업무 방식을 선호하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업무 환경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식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다. 그는 “몇 없는 젊은 직원도 내 돈 들여 겨우 일할 머리를 만들어놓으면 규모 큰 회사로 이직하기 바쁘다”며 “직원들이 따라주지 않으니 돌고 돌아 관성대로 일하게 된다”고 푸념했다.
올해 중소기업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DX였다. 생산성 저하와 인력난을 동시에 풀어줄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DX 확산에 공을 들였다. 중기부는 스마트 제조 산업의 개념과 분류 기준을 명확히 해 향후 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 ‘일당백’ 소공인 300명을 DX로 무장시키는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2027년까지 DX 솔루션 공급기업 500개를 선정해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을 5%포인트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그러나 정작 산업현장에선 A사 사례처럼 이런 정책적 지원이 녹아들기 힘든 상황에 처한 기업이 많다. DX와 밀접한 관계인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업계의 인식만 봐도 그렇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 AI 활용 의향 실태 조사’에서 향후 AI를 현장에서 쓰겠다는 응답은 16.3%에 그쳤다.
DX를 중소기업 생태계에 확산시키려면 업계에 뿌리박힌 “돈 많이 들고 어렵다”는 고정 관념부터 깨뜨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첨단 장비를 들여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게 DX의 전부라는 생각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DX를 2년째 추진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첨단 장비로 무장해 업무 환경을 단번에 혁신해야 한다는 강박을 덜어내야 한다”며 “원자재 관리와 유통, 인적 경영 등 모든 공정을 아우르며 지금보다 더 나은 효율적 경영 환경을 차근차근 구축하는 게 DX”라고 강조했다.
국내 제조업은 젊은 피 수혈이 끊겨 기술·업종 단절로 이어진 외통길 위에 서 있다. 현재의 인력 수급 불균형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그 기저에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있다. 이 절망적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 DX다. 서두르지 말고 단계별 구축 방안과 성공 사례를 마련해 K제조업의 실핏줄인 영세 기업부터 거부감 없이 DX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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