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현대로템·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과 LNG 자가 발전설비 공사 계약을 27일 맺었다. 내년부터 약 3년간 총 8000억원을 투자해 2028년 3월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7983억원임을 고려하면 투자 규모가 크다.
현대제철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는 저탄소 에너지원이 필요해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면서 저탄소 철강재 수요를 잡기 위한 글로벌 철강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철강재 탄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현대제철의 탄소 배출량은 2021년 2926만tCO2에서 지난해 2916만tCO2로 정체됐다. 탄소 감축 목표는 2030년 2663만tCO2(2018년 대비 12% 감소), 2050년 ‘제로(0)’로 세워놨다. 철강업은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산업이다. 철광석을 녹여 철강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대량의 석탄을 사용해서다.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철강사들은 전기로 운용을 확대하고, 전기의 원천을 LNG나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다원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에서 전기로와 고로를 함께 운용 중이다. 연간 전력 사용량이 6600GWh에 달한다. 현재 4000GWh는 고로(용광로) 생산 공정에서 배출되는 부생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고로 생산량을 점차 줄일 계획이어서 새로운 전력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LNG 발전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료가 계속 비싸지는 점도 자가 발전이 필요한 이유”라며 “지난 10월 전기료가 평균 10.2% 상승하면서 현대제철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전기료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설비 건설을 위한 낙찰통지서(LOA)를 컨소시엄에 발급했는데, 이제서야 최종 계약이 이뤄졌다. LNG가 화력 발전인 만큼 탄소 중립에 역행한다는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힌 탓이다. 이날 최종 계약을 공시한 것은 LNG 발전소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싼 만큼 기업들이 한 번에 탄소 중립 체제로 넘어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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