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한국 경제가 ‘시계제로’의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금융·외환시장이 이번 탄핵으로 다시 요동쳤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무책임한 ‘벼랑 끝 전술’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대외 신인도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권한대행까지 탄핵을 당하면서 한국 경제가 정치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며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면서 지금은 한국 경제의 해법을 찾을 만한 출구가 도저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에 더해 한 권한대행의 탄핵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2원70전 오른 1467원5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486원대까지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5년9개월 만의 최고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최 부총리에게도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무위원들의 ‘줄탄핵’도 예고했다. 무디스와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간다는 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은 다시 내수와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이 정치적 불확실성 여파로 투자 결정을 미루고 소비자들은 소비를 유보해 내수 침체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