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7일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물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에게 “최근 감액 예산 통과, 비상계엄 사태 등이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할 때 재정 확대 필요성이 커졌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재정건전성과 재정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일시적이고 선별적인 재정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늘 하던 대로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으로 감당될 경제 상황이 아니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살릴 특단의 대책을 포함해 빠른 추경 편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추경을 통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형태로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지역화폐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일종의 ‘할인 지역상품권’으로, 지정된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민주당은 중앙정부가 지역화폐 발행 비용으로 약 2조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뿐 아니라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도 재정 지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역화폐 발행에 부정적이다. 정부는 전 국민에게 카드 형태로 지역화폐를 지급하려면 7~8개월이 걸리고, 종이로 발행해도 2억 장을 찍어내야 해 비효율이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조세재정연구원도 “특정 지자체에 지역화폐를 도입하면 인접 지자체의 소매 매출은 줄어들고, 모든 지자체가 발행하면 특정 지역의 경제 활성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발행 비용 등 예산만 낭비할 것이란 지적이다.
천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지급한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내수 진작 효과는 미미했고 오히려 물가 자극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 대표가 보편 지원에 집착하는 건 민생 회복보다 ‘인기 회복’에 목적을 둔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민·당·정협의회를 열어 내년도 생활물가 안정과 서민 생계비 부담 완화를 위해 11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도로·철도·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상반기에 12조원 이상을 집행하기로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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