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저물어 갑니다. 국내외 모두 격동의 한 해였습니다. 테슬라 팬과 투자자들에겐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1년이었지요.
세계 최대 부자이자 혁신가 일론 머스크는 정치까지 뛰어들었습니다. 그가 이끄는 논란의 기업 테슬라는 또 어떻고요. 이 ‘문제적 조합’은 올해도 숱한 화젯거리를 남기며 전 세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최대 관심사인 테슬라 주가는 지난 3년간의 약세를 딛고 급등해 전고점 409.97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종가 454.13달러로 올해 들어 80%가 넘게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초 100달러선이 무너질 뻔한 시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올해도 연말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1편은 ‘2024 테슬라&머스크 8대 뉴스’입니다. 팬들과 언론 및 시장에 화제가 된 8가지 이슈를 엄선했습니다. 2024년 테슬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AI & 로봇 컴퍼니로의 전환’이었습니다.
#8 테슬라, 국내 판매 3만대 돌파
테슬라의 국내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1월~11월 국내 시장에 2만8498대를 팔았습니다. BMW와 벤츠에 이어 수입차 3위(점유율 11.89%) 자리를 굳혔지요. 전기차 판매론 기아에 이어 2위입니다. 업계에선 올해 테슬라의 3만대 돌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국내 진출 9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입니다.
테슬라는 2025년을 승부의 해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1분기 베스트셀링카 모델Y 업데이트 버전(프로젝트명 주니퍼)을 선보입니다. 베일에 싸인 저가형 차량(가칭 모델Q)도 내년에 나올 전망입니다. 이달 초 테슬라는 자동차 판매 격전지 서울 강남에 새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신모델을 앞세워 BMW, 벤츠와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전략입니다.
#7 뉴럴링크 ‘텔레파시’ 인간에 첫 이식
머스크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요. 그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지난 3월 첫 번째 임상 시험자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BCI는 뇌 신호를 해석해 컴퓨터에 전달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유용할 수 있습니다.
놀랜드 아보란 이름의 이 20대 청년은 다이빙 사고로 척수 부상을 입고 전신이 마비됐지요. 그는 뉴럴링크의 지름 23㎜, 두께 8㎜의 임플란트 칩 ‘텔레파시’를 두개골 내부에 심는 시술을 받았습니다. 영상 속 아보는 생각만으로 체스 게임을 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뉴럴링크는 지난 8월엔 두 번째 삽입 수술을 마쳤습니다. 머스크는 “텔레파시는 생각만으로 손가락보다 빠르게 스마트폰을 조작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6 AI 슈퍼컴 구축한 테슬라
“테슬라는 AI & 로봇 컴퍼니다.” 올해 들어 머스크가 부쩍 강조한 말입니다.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지난 8월 X(옛 트위터)에 AI 훈련용 슈퍼컴 클러스터 ‘코르텍스’를 공개했습니다. 영상엔 수십 개의 컴퓨터를 장착한 서버랙이 도서관 서고처럼 끝없이 늘어선 모습이 확인됩니다. 테슬라는 이 슈퍼컴을 들이려 텍사스 공장 남쪽에 건물을 확장하고 냉각을 위한 거대한 팬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코르텍스엔 엔비디아의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5만개가 탑재됐습니다. 지난해 AI 붐을 타고 품귀현상이 벌어져 빅테크 간 확보 전쟁이 벌어진 칩입니다. 개당 가격이 3만~4만달러(약 4400만~5900만원)에 이릅니다. 테슬라는 이를 10만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테슬라가 AI에 투자하는 건 자율주행과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발전시킬 목적입니다. AI 훈련용 컴퓨팅 파워가 커질수록 완전자율주행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생각입니다. 그의 AI 스타트업 xAI도 테네시주에 슈퍼 클러스터를 설치 중입니다. 여기에도 H100 칩 10만개가 탑재될 예정입니다.
#5 FSD v13 전격 배포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자율주행 지원 소프트웨어 FSD(Full Self-Driving)의 차기 버전 v13을 배포했습니다. v12가 나온 지 약 1년 만입니다. FSD v13의 가장 변화는 ‘파크 투 파크’입니다. 주차 상태에서 FSD 버튼을 터치하면 자율주행을 시작해 목적지의 자동 주차까지 완료합니다. 자율주행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테슬라에 따르면 FSD v13은 엔드투엔드 주행 신경망의 모든 부분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엔드투엔드 방식은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과 운영 과정을 하나의 통합된 신경망으로 처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인간의 프로그래밍 코드를 삭제하고 자율주행 전 과정을 AI(딥러닝 모델)에 맡겼다는 얘기입니다. 테슬라는 20억 마일 이상의 고객 주행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자율주행을 구현합니다.
머스크는 “테슬라 FSD는 이제 거의 전부 AI로 작동된다”며 “운전자가 FSD v13으로 주행하면서 개입하는 거리 간격이 기존보다 5~10배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테슬라는 내년 FSD 비감독형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실화한다면 사실상 완전자율주행에 근접하는 셈입니다.
#4 스타십, 지구 궤도 비행 성공
화성으로 가는 길에 필요했던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습니다. 한 청년 IT 갑부가 미 항공우주국(NASA)에 화성 탐사 계획이 없다는 것에 절망해 민간 로켓기업을 설립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6월 스페이스X의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은 네 번째 시도 끝에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돌아 귀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타십은 지난 10월 5차 비행에선 발사체 1단 부분인 슈퍼헤비 로켓이 귀환해 거대한 젓가락 형태의 로봇팔 ‘메카질라’에 살포시 안착했습니다. 지난 4차 비행까진 로켓이 바다로 하강했지만, 이번엔 발사장에 그대로 돌아온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인류의 로켓 개발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타십은 최대 120명이 탈 수 있는 대형 우주선입니다. 스타십을 싣고 발사된 슈퍼헤비 로켓은 높이 121m에 추력 200t의 랩터 엔진 33기를 탑재했습니다. 스페이스X가 추진해온 로켓 재사용이 초대형 로켓에도 실현된 셈입니다. 머스크는 그동안 꿈꿔온 화성 개척 프로젝트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습니다.
#3 충격의 ‘머스크 주식 보상 취소’ 판결
“세계 최대 부자는 과도한 급여를 받았는가?”
이 문장으로 시작한 판결문이 올 한해 테슬라를 뒤흔들었습니다. 지난 1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2018년 테슬라 이사회에서 승인된 머스크의 3억주 규모 성과 보상 패키지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캐서린 맥코믹 판사는 “보상액 규모가 동종업계 CEO가 받은 성과급 중위값의 250배에 달한다”며 일반 주주에게 ‘이해 상충’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머스크는 판결 직후 “델라웨어주를 떠나겠다”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테슬라 주주들도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머스크는 미발행 스톡옵션을 포함해 약 20%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억주 지급이 철회되면 머스크는 테슬라의 지배권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테슬라는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CEO 보상안을 재투표에 부칩니다. 주주 72%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맥코믹 판사는 이달 초 “판결을 수정할 목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내는 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테슬라는 항소의 뜻을 밝혔습니다. 머스크의 ‘사법 리스크’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2. 마침내 공개된 로보택시… 2026년 생산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밤이었습니다. 지난 10월 테슬라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선보였습니다. 운전대가 없는 완전자율주행 차량으로 2인승에 2개의 버터플라이 도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20인승의 자율주행 대중 운송 차량인 ‘로보밴’도 깜짝 공개됐습니다.
머스크는 “로보택시를 2027년 이전까지 3만달러(약 44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생산하겠다”며 “내년엔 기존 테슬라 차량으로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사이버캡의 로보택시 서비스는 2027년 이후로 전망됩니다.
로보택시와 함께 공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저가형 차량(가칭 모델Q)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더 합리적인 가격대의 모델을 내년 상반기 생산할 예정”이라며 “차세대 플랫폼과 현재 플랫폼의 일부를 활용해 기존 차량과 동일한 제조 라인에서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 미국 대선 최대 승자, 머스크
그의 위험한 풀베팅은 기어이 성공했습니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선 캠프에 2억5900만달러(약 3800억원)를 기부했습니다. 올해 미국 정치자금 기부자 중 최대 금액이자 미 기업인 역사상으로도 전례 없는 규모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머스크는 펜실베니아 등 경합주에서 유세 현장을 따라다니며 트럼프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머스크의 물심양면 화끈한 지지에 트럼프도 화답했습니다. 그는 머스크를 새 정부의 자문기구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지난달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새 행정부의 교통부 최우선 과제로 완전자율주행 법제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테슬라에 걸려있던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규제 리스크가 걷히기 시작한 셈입니다. 악시오스는 “머스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선출되지 않은) 민간인이며 권력의 정점에 앉았다”고 평했습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테슬라 주가는 80% 넘게 폭등했습니다. 머스크의 순자산은 지난 11일 4000억달러(약 590조원)를 돌파했습니다. 역대 그 어떤 억만장자도 도달하지 못했던 재산 규모입니다. CNN은 머스크가 트럼프 캠프에 기부금액 대비 63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분석했습니다.
→2편 ‘2024 테슬라 투자 성적표’서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모빌리티 & AI 혁명’을 이끄는 혁신기업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AI & 로봇 컴퍼니’로 전환하는 테슬라와 투자를 다룬 책 「테슬라 리부트」를 출간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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