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좋은 지역이란 것은 누구든 알고 있습니다. 지역 안에서 누구나 살고 싶은 진짜 핵심지는 어디일까요. 한경닷컴은 부동산 분석 앱(응용프로그램) 리치고의 도움을 받아 매주 월요일 '동 vs 동'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수도권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편집자주]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나 지역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보는 요소로는 시세와 학군, 직주근접성, 개발 호재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가 중요하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선호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요소도 있습니다. 상업시설 없이 조용한 주거지와 직장인 발길이 끊이지 않는 번화한 상업·업무지구 가운데 어느 곳의 가치가 더 높냐는 문제입니다. 서울에서 이러한 차이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강남구 삼성동과 서초구 잠원동입니다.
대규모 개발 진행 삼성동…"토허제 풀리면 지금 가격 못 본다"
삼성동은 무역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개발 사업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엑스와 인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일대는 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복합단지로 개발 중입니다.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완료 시점에 맞춰 영동대로 지하복합환승센터와 수도권광역철도(GTX) A노선 삼성역도 들어설 예정입니다.삼성동 개발 호재에는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그룹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105층짜리 초대형 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기 위해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를 2014년 10조5500억원에 사들인 것입니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와 더불어 삼성동 일대를 탈바꿈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습니다. 다만 지난 7월 현대차그룹이 GBC를 55층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서울시 반대에 철회한 이후 일대 개발에 대한 의문이 확산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삼성동은 개발 기대감에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분석 앱(응용프로그램) 리치고에 따르면 삼성동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9411만원으로, 서울 상위 2%인 1.1급지에 해당합니다. 대장 아파트로는 '래미안라클래시'가 꼽히는데, 전용면적 84㎡가 지난 8월 32억원(5층)에 거래됐습니다. 이후 거래가 끊겼지만, 같은 면적 호가는 34억4000만원부터 형성돼 있습니다. 일대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가격이 내리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러한 기대감을 쉽게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삼성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삼성역이 개통하고 영동대로 지하가 개발되면 일대가 천지개벽할 것"이라며 "4년 넘게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지역으로 묶이면서 지금은 가격이 눌려있는데, 서울시에서 머지않아 해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귀띔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관련 연구용역과 토론회를 개최하며 토지거래허가제 지역 축소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학군도 우수합니다. 삼성동 언주중학교는 전국 상위 3%인 1.1등급 학군으로, 과학고·외고·자사고 진학률 16.3%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여타 학군지와 같은 대형 학원가는 형성돼있지 않았습니다. 학원가를 이용하려면 약 3㎞ 거리에 있는 대치동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재건축 나선 잠원동…"성공하면 원베일리, 실패해도 한강뷰"
상업시설이 밀집한 삼성동과 대조적으로, 서초구 잠원동은 단지 내 상가를 제외하면 상업시설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조용한 주거지입니다. 반포동과의 경계인 신반포로 부근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비롯해 다양한 상업시설이 자리 잡아 활기를 띠지만, 잠원로를 따라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상업시설이 사라집니다. 1970~1980년대 지어진 노후 아파트와 40년 넘는 세월 동안 훌쩍 커버린 아름드리나무들은 고즈넉한 분위기마저 풍깁니다.리치고는 잠원동 아파트의 3.3㎡당 가격을 1억2900만원으로 집계했습니다. 서울 상위 1%인 1급지에 해당합니다. 대장 아파트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신반포2차'로, 전용 137㎡가 이달 53억8000만원(2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이 단지에서 '국민 평형'에 가장 가까운 전용 79㎡도 지난 10월 신고가인 35억1500만원(11층)에 손바뀜됐습니다.
노후 아파트가 많은 만큼 재건축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신반포6차 재건축 아파트인 '반포센트럴자이', 반포우성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르엘', 대림아파트는 '래미안신반포팰리스'로 재건축해 입주를 마쳤습니다.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한 '메이플자이'는 2025년 6월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신반포2차', '신반포4차', '신반포7차', '신반포 16차', '신반포22차' 등도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지역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큽니다. 잠원동 개업중개사는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를 꼽으라면 잠원동에서 길 하나 건너 있는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원베일리'가 나오지 않느냐"며 "잠원동 노후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어 "여타 문제로 재건축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한강뷰 아파트의 가치가 어디 가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학군 역시 흠잡을 곳 없습니다. 잠원동 신반포중학교는 전국 상위 0.6%의 1등급 학군으로, 과학고·외고·자사고 진학률 33.8%를 기록했습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175개 학원이 밀집한 학원가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삼성동에서 다양한 개발이 예정되어 기대를 모았지만, GBC를 두고 현대차그룹과 서울시가 갈등을 빚는 등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인근 아파트들이 개발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잠원동은 대단지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신축 시 한강 프리미엄과 함께 래미안원베일리만큼의 가격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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