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1번째 주" 모욕 당했는데…트럼프에 찍소리 못하는 이유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5-01-02 06:43   수정 2025-01-0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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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엔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캐나다에 대해 25%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들었다. 캐나다가 미국의 핵심 자원 공급국인데도 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관세 부과가 두려우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는 조롱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는 "대(對)미국 에너지 수출을 중단해 본때를 보여주자"는 반응이 나왔다. 에너지·자원을 협상 지렛대로 쓰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의 협상력의 중요 부분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수십년 간 미국에 전기를 수출해 온 캐나다가 지난해부터는 오히려 미국산 전기를 더 많이 수입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가뭄 등 이상 기후에 수력 발전량 급감한 캐나다
1일(현지시간)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2023년 9월에서 2024년 6월 사이의 기간 동안 미국으로부터 상당량의 전력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약 20년 간 미국에 초과 전기를 수출해오던 추세가 뒤바뀐 것이다. 이는 세계 3위 수력 발전국인 캐나다(캐나다 전체 발전량의 62%가 수력에서 나옴)에서 최근 가뭄 등으로 인해 수력 발전량이 급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캐나다의 공식 가뭄 모니터에 따르면 퀘벡, 브리티시컬럼비아, 매니토바와 같은 주요 수력 생산 주에서는 매우 심각하거나 중간 강도 이상의 가뭄을 겪고 있다. EIA는 "가뭄으로 인해 캐나다 서부 지역의 저수지로 유입되는 물이 줄었다"고 했다. 가뭄 등 이상 기후에 의한 수력 발전량 급감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미국 역시 지난해 수력 발전량이 2001년 이후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EIA는 "미국의 경우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전기료가 낮아졌고, 이 덕분에 미국산 전기가 (캐나다산 전기에 비해) 더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통계청은 작년 3월 "2023년 캐나다의 전기 생산량이 전년 대비 3.9% 감소해 2016년 이후 최저치인 6억1530만 메가와트시(MWh)에 머물렀다"고 보고했다.



2023년 미국의 캐나다로의 월평균 전력 수출량은 전년 대비 70% 증가한 1809기가와트시(GWh)에 달했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의 월평균 전력 수입량은 36% 감소한 3315GWh였다.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은 여전히 캐나다산 전력의 순수입국이었지만, 총 수입량은 2022년 42테라와트시(TWh)에서 2023년 15 TWh로 급격히 감소했다. EIA는 "2023년 9월에는 미국이 캐나다로 전력을 순수출하는 상황으로 전환됐고, 이후 9개월 중 5개월 동안 이 상황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2023년 대(對)미국 전기 수출에 의한 수입(Income)도 32억 달러에 불과했다. 전년보다 약 30% 급감했다. 반면 미국의 캐나다향(向) 전기 수출 규모는 4억5450만 달러 증가해 지난해 12억 달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기상 패턴은 항상 수력 발전에 영향을 미쳐왔지만, 최근 기후 위기로 인해 그 변동성이 더욱 예측 불가능하고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장 수력 발전 사업자들이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式 관세에 대항할 무기 사라질까 우려
매니토바주 위니펙호 지역의 수력 발전 사업체인 매니토바 하이드로는 2년여 간의 가뭄 이후 2023년 총 1억12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매니토바 하이드로의 앨런 댈로스 최고경영자(CEO)는 "비의 양은 자연에 달려 있어서 손실이 불가피했다"며 "물 부족 상태로 인해 도매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초과 전기량이 줄어들었고, 지역 고객들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력을 수입해야 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에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화와 제조업의 리쇼어링(해외 공장을 국내로 다시 이전하는 것)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가뭄으로 인한 전력 공급 감소와 맞물리면서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막대한 전기 수출량을 무기로 트럼프 2기 내각과의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싱크탱크 맥도날드-로리에 연구소의 헤더 엑스너 피롯 정책 책임자는 "미국에 대한 전기 수출 감소는 최악의 시기에 발생했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으로 캐나다가 미국에 대해 최대한의 협상력을 갖춰야 하는 시기에 무역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가 미국에 대한 전기 무기화를 현실화하려면 수력 외에 다른 재생에너지 전기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다른 캐나다 싱크탱크 펨바 연구소의 윌 노엘 전력 분석가는 "주 정부끼리 조율을 통해 수력 용량이 감소하는 시기에 미국으로 판매할 수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동안에는 저렴한 태양광, 풍력 에너지를 국내에서 우선 사용하고, 수력 발전소의 댐은 다른 시기를 위해 저장하거나 무역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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