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의회에 서한을 보내 부채 한도 도달 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서한에서 “재무부는 1월 14일부터 1월 23일 사이에 새로운 한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 시점에는 재무부가 특단의 조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의 서한 내용에 따라 미국 의회에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으로 시작될 새 행정부는 취임식 이후 곧바로 부채 한도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규모다. 현재 연방 부채는 약 36조 달러에 이른다. 미국 정부가 부채 한도에 도달하면 미국 정부는 더 이상 새로 돈을 빌릴 수 없다. 기존의 현금 자산과 특별 회계 조치와 같은 특단의 조치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만약 정부의 특별조치 수단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른바 '엑스 데이트'(X date)까지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폐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보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혁신센터는 내년 6월 중순을 엑스 데이트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디폴트에 빠지면 국방, 공공 안전, 의료 서비스 등 주요 정부 기능이 중단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공무원 군인 연금 수급자 등이 급여나 혜택을 못받게 된다.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은 기업과 기관들이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재무부는 지난해 1월에도 부채한도 도달로 특별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여야는 같은 해 6월 정부 지출을 제한하는 대신 31조 4000억달러 수준의 부채한도 적용을 내년 1월1일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디폴트 위기를 넘겼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0일)을 앞두고 지난 18일 부채한도 폐지가 포함된 임시 예산안을 처리할 것을 고강도로 압박했으나 관철하지는 못했다.
정부 지출 확대에 비판적인 30여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부채한도를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이 포함된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대하면서다. 미국 의회는 결국 부채한도가 포함되지 않은 예산을 처리했다.
하원 공화당은 대신 자체적으로 임시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내년에 부채한도를 1조5000억달러 높이는 대신 향후 정부 지출은 2조5000억달러 순삭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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