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회의원 마을'에서 생긴 법에 관한 우화

입력 2024-12-29 16:46   수정 2024-12-3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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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국회의원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국회의원이 ‘일부’ 지역구민이 반대하는 결정을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향후 국회의원들은 모든 지역구민의 총의에 충실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국회의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논란이 생겼다. 혹자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므로 헌법 이론상으로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요구는 지역구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과 통상적으로는 충돌이 없다. 그런데 어느 사안에서 지역구민 중 일부는 반대하지만, 국가를 위해서는 찬성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일이 생기곤 했다. 그러자 ‘국회의원은 국익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데 총의(總意)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행위준칙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서 찬성론자들은 ‘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의 의사를 비례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경우 국회의원은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나. 법안이 통과되면 지역구민 일부가 반대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면 국회 회의장에서 당해 안건에 반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무엇이 비례적 이익인지, 무엇이 지역구민의 총의인지 알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 우화는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라는 주제를 보고 만들어본 것이다. 위 우화에서 이사는 국회의원이고 주주는 지역구민이다. 지역구민의 의사는 합치되지 않을 수 있고, 이때 총주주의 이익은 공리주의적인 관점에서부터 다양한 관점이 있는 것으로 매우 불확정적이며 사전적으로는 물론 사후적으로도 불확정한 개념이다.

회사 주주 간 이익이 충돌하는 사안에서 총주주의 이익은 판단이 불가능해 법 위반을 하지 않고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도, 지역의 다수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농업을 하는 일부 주민은 자신들의 이익이 희생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국회의원은 국익과 총주민의 이익을 모두 어떻게 비례적으로 반영해 판단해야 하나. 현행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상법 제382조의 3(이사의 충실의무)이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과 같다.

기업은 아무 의사결정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기업은 애초에 위험 인수를 목적으로 한다. 이사들이 주주들의 의사가 일치되지 않아 총주주의 이익을 판단하기 어렵게 되면 아무런 의사결정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 회사는 생존할 수 없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이성’이라는 앨프리드 마셜의 유명한 문구에서 ‘따뜻한 가슴’만 보다가 ‘냉철한 이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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