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많은 연구자와 미디어는 코로나19 때문에 영화 제작과 상영이 크게 위축됐고, 방탄소년단(BTS) 멤버의 군 입대와 이에 따른 공백 등의 여파로 한류가 큰 위기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한류 콘텐츠산업을 이끄는 감독, PD 등은 제작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한류 팬은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 등을 걱정하기도 했다.
한류가 늘 꽃길만 걸을 수는 없다. 대내외적 요인 때문에 한류는 언제라도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말로 접어들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여러 작품은 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제작자들 덕에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0년 역사의 한류는 그 저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한류 콘텐츠의 지속적 성장은 한류 콘텐츠의 다양성과 융합, 그리고 국제화에 기인한다. 한류 콘텐츠는 이제 영화와 드라마 등 문화산업 한두 개에 의존하던 시기를 벗어나 여러 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성장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를 아우르는 한류 1.0에서는 주로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2010년 이후 한류 2.0에서는 ‘흑백요리사’와 2023년 전반기 인기를 모은 ‘피지컬: 100’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예능 프로그램의 세계 진출이 이어졌다.
한류 콘텐츠의 융합은 웹툰 기반 영화, 드라마의 지속적인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무궁무진한 소재를 지닌 웹툰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제작이 갈수록 늘고 있다. 웹툰은 한국형 스토리텔링을 대표한다.
갈수록 증가하는 국제적 협업도 한류 위상 제고에 큰 몫을 한다. 한국과 외국 콘텐츠 기업, 가수, 배우의 협업이 한류의 대외적 확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노래 ‘아파트’는 한국과 미국 문화산업 간 협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단적인 예다. 스트레이 키즈, 블랙핑크 멤버 중 외국 국적을 가진 아티스트를 찾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국내와 글로벌 콘텐츠 기업 간 협력도 핵심 요소로 등장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한류의 문화 생산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한 이후 한국 대중문화 창작자와 이들 국제 문화기업의 협력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한류 콘텐츠산업이 자칫 글로벌 기업의 ‘하청 기지’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글로벌 문화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한류의 근간인 국내 문화산업과 시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근간은 여전히 국내 문화시장과 수용자다. 국내 수용자 수준을 맞춰내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볼 때, 한류의 지속적 성장은 한국과 글로벌 문화기업 간 상생이 전제돼야 한다.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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