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의 명언 중에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다. 지하철에서 본 사람의 속사정을 알 도리가 생겼다고 해도, 궁금증 해소 그 이상의 유쾌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어쩌면 누군가의 행동을 내 마음대로 유추하고 상상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완전한 관찰자로 남기에는 이미 늦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사람과 가까워질 수 없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다행일 수 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인간관계에서는 늘 서로에 대한 적당한 오해와 무관심이 공존한다. 물론 이런 상황 때문에 내 속도 모르고 판단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거나 억울한 일도 겪는다. 하지만 자초지종을 하나하나 설명한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오해가 흐르는 선에서 그대로 두는 관계들도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와 가까워지기로 마음먹는 것은 정말 큰 결정이다. 깊이 있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세계 안에 서로를 들여보내야 한다. 겁이 없는 어린 시절보다 일련의 경험을 겪은 후에 쉬이 그 마음을 먹기가 힘들어진다. 더 이상 내 마음대로 사람을 판단하지도 않아야 하고, 멀리서 볼 때는 몰랐던 사실을 마주할 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을 때 두려움을 갖는다.
기꺼이 가까워지는 일의 두려움을 감수하기로 했다면 그 선을 넘을 용기를 낸 것이다. 반대로 끝내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적당한 거리를 둔 관계로 남는다. 인간관계는 손뼉을 마주쳐야 시작될 수 있다. 한쪽에서 관계 형성을 원하더라도 반대쪽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올해는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의 두려움을 얼마나 극복하며 지냈는지, 그 두려움 너머에 마주한 일들은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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