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 중 두 번째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첫 무죄 판결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 여부 자체가 쟁점이었는데, 이번엔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임에도 기업이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의무를 이행했다는 이유로 처음 무죄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희영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5단독 판사는 지난 19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P사 대표 A씨(64)와 법인에 무죄를 선고했다. 하청업체 대표 B씨와 사고 원인을 제공한 외국인 근로자 C씨도 함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근로자 C씨와 D씨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P사의 제4공장에서 압축성형기를 이용해 베어링 실 성형 작업을 담당했다. C씨는 작업상 편의를 위해 본래 목적과 달리 금속링과 고무링을 안착시키는 용도로 수공구(렌치 등)를 사용했다. 2022년 2월 수공구가 압축 성형기의 압력으로 찌그러지다가 튕겨 나와 D씨의 머리에 부딪혀 D씨가 외상형 뇌출혈로 사망했다. 검찰은 원청 업체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대표와 법인을 기소했다.
원청을 대리한 율촌은 노동 분야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인단을 꾸렸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출신 이승호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를 필두로 이광선(35기)·정대원(39기)·김동현(변호사시험 4회)·전예아(변시 11회) 변호사 등이 포진했다.
율촌 변호인단은 사고 예견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경영 책임자가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위험성 평가를 실제로 한 점 등을 재판부에 특히 강조했다.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위반과 사고 간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판단해왔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원청이 위험성 평가를 꼼꼼하게 시행했다는 점도 무죄 선고의 주된 요인이 됐다. 이승호 율촌 변호사는 “경영 책임자가 사업장별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 절차를 마련했다면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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