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비행기 폭발 사고가 발생한 29일 SNS에는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여행업계는 고환율에 따른 수요 위축에 더해 연중 최대 동남아 여행 성수기인 겨울철에 대형 참사까지 터지자 초비상이 걸렸다.
이날 무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항공기들은 오전 9시께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가 난 이후 줄줄이 결항 처리됐다. 낮 12시25분 도착 예정이던 오사카발(發) 진에어 LJ258편을 비롯해 프놈펜발 캄보디아항공, 제주발 진에어·제주항공 비행편은 사고 이후 모두 인근 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
업계에선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의 불행한 사고가 항공과 여행업계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주원인은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되지만,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LCC 항공기 노후화 및 정비 인력 부족 등과 엮여 LCC 이용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LCC는 겨울철 인기 여행지인 동남아 일본 등 단거리 운항편이 많다. 이번 사고가 터진 제주항공도 올 3분기 노선별 매출 비중에서 동남아(33.1%)와 일본(30.2%)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2위 LCC인 티웨이항공도 동남아 노선이 매출 1위(34.2%)다.
올겨울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이 대형 항공사(FSC)로 갈아타거나, 여행 자체를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고환율에 시름하던 여행사는 이중고에 맞닥뜨렸다.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하나투어 등 일부 여행사는 패키지 상품 예약객에게 환율 차액을 추가로 부과하는 등 가격 인상에 나섰다. 고환율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여행 심리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계엄 사태와 환율 급등만으로도 힘든데 이번 사고까지 겹쳐 연말연초 특수는 고사하고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선아/김재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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