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에서 죄수부대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2차대전 중 독소전쟁 때 스탈린의 지시로 만들어진 소련군의 슈트라바트다. 죄수 병사는 소총 한 정과 최소한의 탄약만 지급받고는 최일선에서 돌격해야 했다. 뒤에선 독전관이 기관총을 뿜어대고 있기에 후퇴할 수도 없다. 돌격 10회를 수행하면 사면해 준다고 했지만, 실제로 살아남은 이가 거의 없었다. 200일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100만 명의 병사가 죽었고, 그중 1만3000명은 ‘비겁자’로 처형됐다. 독일이 소련 죄수부대를 본떠 만든 게 ‘형벌대대 999’다. 이를 소재로 한 1960년대 독일 흑백영화도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바그너 그룹을 통해 죄수부대를 운영했다. 프리고진이 교도소를 방문해 6개월간 전투에서 살아남으면 10만루블(약 135만원)의 보너스와 사면을 내걸고 살인범 중심으로 죄수 용병대를 모집했다.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제거된 뒤 러시아군의 전력 공백을 파고든 게 바로 북한이다. 북한군 파병 초기부터 병사들에게 지급된 기관총 사양과 군 편제 방식 등을 놓고 죄수부대식 총알받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얼마 전 사살된 북한군 병사의 일기장을 보면 배은망덕한 죄를 용서받을 기회라고 쓰여 있다. 죄수 출신이 적잖이 포함돼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1만 명의 북한 파병군 중 사상자가 벌써 3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생때같은 청춘들을 사지로 몰아 넣고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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