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스페인 공장 잡아라"…모처럼 바빠진 'K동박' 3사

입력 2024-12-29 17:55   수정 2024-12-3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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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란티스·CATL 스페인 배터리 공장을 잡아라.”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과 손잡고 스페인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함에 따라 국내 동박업체들이 분주해졌다. 유럽에 거점을 둔 완성차업체가 유럽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만큼 현지에 생산 거점이 있는 한국 동박기업이 일감을 따낼 여지가 생겨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동박 계열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영업팀은 최근 CATL 중국 본사를 방문해 자사 제품의 강점과 납품 가격 등을 설명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과거 CATL에 동박을 공급했다가 중국 기업에 물량을 뺏겼는데, 다시 공급망에 편입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납품 이력이 있는 만큼 품질 기준을 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말 가동하는 스텔란티스·CATL 스페인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 50GWh(기가와트시)다. GWh당 동박이 350t 쓰이는 만큼 연간 납품 물량은 1만7500만t에 이른다. 납품 단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천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CATL은 독일 공장(연 14GWh)에 더푸, 장시 등 중국 업체의 동박을 투입하고 있다. 모두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스페인은 상황이 다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현지에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구리 반제품을 수출할 때 물리는 증치세(13%) 환급 제도를 지난 1일 폐지한 점, 유럽연합(EU)이 수입품에 5.2% 관세를 물리는 점, 가파르게 오른 해상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는 롯데의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푸조, 시트로엥 등을 거느린 유럽 완성차업계 2위 스텔란티스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역내에서 소재를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국 기업의 동박 수주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7년 6월까지 스페인 카탈루냐에 연 3만t 규모의 동박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CATL 합작공장과는 300㎞ 거리로, 차로 3~4시간이면 닿는다. 배로 동박을 실어나르는 중국 기업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중국에서 스페인까지 해상으로 동박을 실어나르면 60일가량 소요된다.

유럽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SK넥실리스(폴란드 공장·연 5만t), 솔루스첨단소재(헝가리 공장·연 3만8000t)도 수주전에 뛰어들 태세다. 한국 동박 3사 모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용 동박을 생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둔화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국내 동박 3사에는 다시 없는 기회인 셈”이라며 “CATL 스페인 공장을 둘러싼 동박 납품 전쟁이 한·중 여러 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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