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7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한덕수 전 권한대행을 대신해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룬다면 최 권한대행도 탄핵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권한대행에게는 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최 권한대행은 당장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조기 대선을 서두르는 민주당이 그에게 얼마나 시간을 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다음달 1일 전에 내란 및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 여부를 결정해야 해 최 권한대행은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수습하면서 정국 향방을 가를 어려운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와 관련해 야당이 제시한 일정에 끌려갈 필요가 없다는 의지를 주변 인사들에게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이 탄핵을 추진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야당이 탄핵을 시도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금은 참사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회는 26일 민주당 주도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언제까지 임명해야 하는지는 따로 규정이 없다.
다만 최 권한대행은 내란·김건희 특검 등 ‘쌍특검법’을 그대로 공포할지, 국회에 재의요구할지를 다음달 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31일 국무회의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앞서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한 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어 최 권한대행이 정치권에서 합의해달라는 취지로 재의요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목소리도 지난주에 비해 조심스러워졌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 권한대행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지체 없이 임명하고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최 권한대행 탄핵 여부에 대해선 “언제까지 마지노선을 설정하겠다는 논의를 하지는 않았다”며 “당연히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 제주항공 참사 중 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병욱/정상원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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