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 대부분이 숨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비행기 착륙 기능이 망가진 게 핵심 원인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비행기가 상공에서 조류와 부딪히고, 기장이 관제탑에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선언한 뒤 항공기가 폭발하기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동체 착륙을 시도한 이유와 활주로 이탈(오버런) 등 많은 사상자가 난 원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1) 버드 스트라이크 충격 얼마나 컸나
국토부는 29일 오후 브리핑에서 “관제탑에서 해당 여객기에 조류 충돌 주의를 한 지 2분 후 조종사로부터 메이데이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공항 주변의 목격자에 따르면 사고 직전 인근에 새 떼가 출몰했고, 생존 승무원도 ‘버드 스트라이크가 원인’이라고 증언했다. 우측 엔진에 불꽃이 영상으로 확인될 만큼 상황이 급박했고, 내부로 유독가스가 유입되는 긴박한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무안공항은 조류 충돌 위험이 높은 공항으로 꼽힌다. 공항 내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는 지난 5년(2019~2024년 8월)간 10건이었다. 운항 횟수 대비 조류 충돌 발생 비율은 0.09%(비행기 1만 편에서 9건 충돌)로 국내 다른 공항에 비해 가장 높았다.
(2) 왜 동체 착륙했나
동체 착륙은 항공기 바퀴인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을 때 비행기 몸체를 직접 활주로에 닿게 해 착륙하는 방식으로 ‘배꼽 착륙’으로도 불린다. 동체 착륙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국토부 발표에 대한 전문가 반응은 엇갈렸다. 황경철 한국항공대 항공안전교육원 교수는 “랜딩기어는 정비 쪽이고, 조류 충돌은 엔진에 문제를 준다”며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을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3) 공항 내 활주로 짧았나
일각에선 무안공항 활주로가 특히 짧아 오버런이 일어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항 내 활주로 2800m로도 여러 항공기를 정상 운행했다”며 “길이가 충분히 않아 사고가 났다고 보긴 힘들다”고 일축했다.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는 인천공항(최대 거리 기준 4000m), 김포공항(3600m), 김해공항(3200m), 제주공항(3180m)보다 짧다. 하지만 대구공항(2743m), 양양공항(2500m), 울산공항(2000m)보다는 길다.
(4) 왜 바로 폭발했나
사고 여객기는 당초 태국 방향인 남쪽에서 북쪽으로 진입해 착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류 충돌로 1차 착륙에 실패한 뒤 180도 선회해 북에서 남쪽으로 역방향 진입,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그런데 사고가 난 무안공항 남쪽엔 벽과 함께 로컬라이저라고 불리는 항공기 계기착륙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기 동체가 로컬라이저에 부딪힌 이후 벽면에 닿아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안테나인 로컬라이저는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한다. 활주 방향과 반대 활주로 끝에서 중심선 연장 위 약 300m 지점에 설치된다. 원래 진입 방향인 북쪽 면에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보통 바닥면에 설치돼 있는 로컬라이저가 무안공항에선 흙더미 위 콘크리트에 설치된 것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흙더미는 콘크리트 벽돌보다 훨씬 튼튼해서다.
(5) 항공유 버릴 시간 없었나
통상 동체 착륙 시 화재에 대비해 항공유를 상공에서 버리기 위해 충분히 선회한 뒤 시도하지만 이번 사고에선 메이데이 후 4분여 만에 충돌이 발생할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활주로에 화염 냉각물질을 도포해 동체 착륙 제동거리를 줄이는 작업도 할 수 없었다. 사고 여객기와 같은 보잉737은 제작 때부터 상공에서 임의로 버리는 방출 기능이 애초에 없는 기종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 동체 착륙과 달리 비행기 머리 부분이 들린 것도 날개 역추진 외의 감속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철오/김대훈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