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을 맡은 국무총리까지 탄핵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하자 국정 공백 부작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사고 발생 시 컨트롤타워를 맡아온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은 탄핵으로 업무 기능이 마비됐다. 재난 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도 공석인 상황에서 인명사고 대응 경험이 전무한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전면에 나섰다. 기재부가 이번 사태 수습·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맡은 것이다.
중대본 본부장은 최 권한대행이 맡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1차장, 고기동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이 2차장을 담당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현장 구조·구급은 소방청, 사고 원인조사 및 재발 방지대책은 국토부, 피해자 가족 지원 등 사고 수습은 전라남도와 무안군 등 지자체에서 역할 분담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엔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및 안전행정부(현 행안부)가 사태 수습을 주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은 탄핵 여파로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제주항공 사고 대응을 위한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사고 현황과 수습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의 결과를 최 권한대행에게 보고했을 뿐 대통령실이 사실상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리실은 이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행안부도 이상민 장관 사퇴 후 공석 상태여서 고기동 장관 직무대행이 다른 부처를 총괄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재부는 이날 무안 사고 대응·지원 태스크포스(TF)팀을 즉시 가동했다. 김동일 예산실장이 TF팀장을 맡으며 경제예산심의관·국토예산과장·행정예산과장·연금보건예산과장·안전예산과장 등으로 구성됐다. TF는 최 권한대행을 보좌해 부처 간 정보 공유 역할을 맡고 무안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예산 투입 등 후속 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기재부가 인명사고 대응 및 수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난사고 대응 경험이 전혀 없는 부처가 관계 기관을 제대로 조율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탄핵 정국 속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경제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기재부가 이번 사고 수습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여야는 이날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자 한목소리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에서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놓고 날선 대치를 이어왔으나 참사 소식이 전해진 뒤 공세를 중단하는 등 정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 사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상황본부와 사고 수습 지원단 및 유족 지원단 등 3개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민주당 전남도당에 마련한 당내 상황본부로 이동해 상황을 점검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긴급 TF를 구성했다.
강경민/도병욱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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