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 수준 자체는 2022년 11월(86.6) 후 최저치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탄핵 정국 속에서도 연말연시 모임을 예정대로 진행해 소비를 진작해 달라고 독려했다. 경제단체들도 신년인사회 등 주요 경제인 행사를 연초 집중 개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무안국제공항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해 이런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 정부 부처 감사관실은 이번 제주항공 사고 관련 소속 공무원에게 비상근무를 주문할 계획이다. 송년회 및 신년회도 사실상 금지될 전망이다.
통상 대형 사고 등이 터지면 소비가 일제히 침체되는 흐름을 보인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정부와 민간 기업들은 각종 행사 및 모임을 일제히 취소했다. 민간 기업은 임직원에게 골프와 지나친 음주 및 외부 행사를 자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당시 특급호텔은 행사 취소가 잇따랐고, 유통업체 매출도 급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시 재화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당월 기준 1.2%(전월 대비) 하락했다. 2014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5%(당시 잠정치 기준) 증가했지만, 민간 소비는 0.3% 감소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가 뒷걸음질 친 것이다. 소매판매지수가 지난 9월과 10월 각각 전월 대비 -0.5%와 -0.4%로 두 달 연속 쪼그라든 상황에서 탄핵 정국과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쳐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비 침체에 따라 유통·식음료업체 등 내수와 직결된 기업들의 부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 여파까지 본격 반영되면 실제 체감경기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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