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탑의 경고 후 2분도 안 된 오전 8시59분께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불꽃이 비행기 오른쪽 엔진에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주변에 있던 목격자들은 비행기 오른쪽 날개에서 한 차례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했다. 사고 당시 촬영된 영상에서도 착륙 직전 비행기에서 연기가 나는 모습이 관찰됐다.
조류 충돌 직후 기장은 관제탑에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국제적인 긴급 신호다. 국토부 사고조사반은 관제탑의 경고 직후 2분도 안 돼 날아든 조류는 숙련된 기장이라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비행기 기장은 2019년 3월 기장직을 맡아 비행시간이 6823시간에 달한다”며 “부기장 역시 지난해 2월부터 부기장 역할을 수행하며 1650시간의 비행 기록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기장은 비상 선언 1분 뒤인 오전 9시 무안국제공항 상공을 저공비행하며 재착륙을 시도했다. 국토부는 사고 당시 관제탑과 기장의 교신 내용을 확인한 결과, 기장이 최초 착륙에 실패한 후 활주로 반대 방향에서 착륙하는 복행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관제탑이 비상 상황임을 감안해 반대 방향인 ‘19번 방향’(북→남)으로의 착륙을 허가했고, 기장은 기수를 돌려 재착륙을 시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래 여객기가 활주로 주변을 선회해 1번 방향으로 다시 착륙을 시도하는 게 절차상 맞다”면서도 “당시 상황이 급박해 관제탑과 반대 방향 착륙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착륙 과정에서도 착륙을 위한 랜딩기어는 내려오지 않았고, 3분 뒤인 오전 9시3분께 여객기는 활주로에 동체 착륙해 미끄러졌다. 항공기는 착륙할 때 랜딩기어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에어브레이크 등 제동 보조 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착륙 과정에서 제동 보조 장치는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는 길이 2800m로 활주로가 짧아 사고가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국토부는 “다른 국제선 여객기가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길이로 문제가 없다”며 “활주로 길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다만 여객기가 활주로에 동체 착륙한 뒤 빠른 속도로 미끄러졌고, 활주로 끝에 있던 외벽과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피해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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