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을 태우고 태국 방콕에서 돌아오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외벽과 충돌해 179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안전사고 중 역대 최대 규모 인명 피해를 낳은 참사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태국 방콕공항을 출발해 무안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이날 오전 9시3분께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이탈해 공항 외벽에 충돌했다. 항공기는 충돌과 동시에 폭발해 동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꼬리 부분에 탑승한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승객 175명과 승무원 4명이 사망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당국은 사고 원인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이날 오전 8시57분께 이 항공기에 ‘조류충돌경보’를 보냈고 2분 후 기장은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항공기 엔진에 새 떼가 빨려들어가 오른쪽 엔진에서 화염이 발생하면서 연기가 기체로 유입됐다는 게 탑승객과 생존자들의 전언이다.
항공기는 1차 착륙에 실패한 뒤 2차 착륙 중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아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항공기는 활주로 끝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해 공항 콘크리트 외벽에 충돌한 직후 폭발했다. 큰 폭발과 화재로 인한 훼손으로 당국은 사망자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국적 항공기 사고 중 최대 규모 인명 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종전까지는 68명의 사망자를 낸 1993년 7월 26일 아시아나항공 733편 목포 추락사고가 최대였다.
계엄·탄핵 정국 와중에 대형 항공기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항공·여행업계는 물론 국내 내수 경기에도 충격파가 예상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김대훈 기자/무안=임동률/정희원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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