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지미 카터 전 美 대통령, 향년 100세로 별세

입력 2024-12-30 06:32   수정 2024-12-30 07:30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향년 100세로 29일(현지시간) 지병으로 별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유가족이 카터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로절린 카터 여사가 먼저 세상을 뜬 데 이어 약 1년여 만이다. 앞서 암 투병 등을 겪었던 그는 최근 건강이 악화돼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었다.

1924년 10월 1일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태어난 카터는 해군장교로 복무한 후 가업인 땅콩농장을 물려받아 경영하다가 1962년에 조지아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1970년 조지아 주지사를 거쳐 1976년 대선에서 제럴드 포드를 꺾고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재임 기간에는 경제 침체, 높은 실업률, 이란 혁명으로 인한 석유공급 중단과 가격 폭등, 이란의 인질사태(1979년 이란혁명 이후 이란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대사관 직원 등을 444일간 억류한 사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978년 9월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해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파나마운하 조약 체결, 중국과의 외교관계 수립 등도 대표적인 공으로 꼽힌다. 경제 문제 등으로 인해 1980년 선거에선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크게 패해서 재선엔 성공하지 못했다.



퇴임 후 40년 이상 인권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 가장 긴 시간 동안 공익을 위해 봉사한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해비타트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저소득층을 위한 집짓기 운동을 펼쳤다. 불과 10년 전까지도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직접 해비타트 현장을 방문했고, 2017년에는 허리케인 이재민을 돕자며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대중 앞에 나섰다.

애틀랜타에 '카터 센터'를 설립해 세계 각국에서 공정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옹호했다. 백악관의 각종 기록물을 도서관 형태로 보관해 손실을 방지하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과도 오랜 관계를 맺었다. 신군부를 용인하는 등의 논란은 있었으나 1994년 북한과 미국이 전쟁 위기로 치달았을 때 갈등을 중재하고 한반도 평화를 꾸준히 지지해 왔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4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한 '1차 북핵 위기' 때 직접 평양으로 날아가 김일성 주석과 담판했다. 미국인 억류 사안이 불거진 2010년 8월, '디 엘더스' 소속 전직 국가수반 3명과 함께 한 2011년 4월 등 총 3차례 방북했다. 에티오피아, 수단, 아이티,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 국제 분쟁 지역에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중재자로 나섰다.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재임 이후의 활동으로 미국인들에게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으로 꼽힌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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