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뇌에서 기생충 '꿈틀'…국내 의료진, 수술로 제거 성공

입력 2024-12-30 17:10   수정 2024-12-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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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연구팀이 뇌에서 발생한 기생충을 수술로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박혜란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스파르가눔증(Sparganosis) 기생충 감염으로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40대 여성 환자의 병변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개두술을 통해 살아 있는 기생충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고 30일 밝혔다.

스파르가눔증은 유충이 체내에 침투해 혈류를 통해 뇌로 이동하며 발생하는 매우 드문 기생충 감염 질환으로 주로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익히지 않은 야생동물의 고기나 생선을 먹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감염된 기생충이 뇌로 이동하면 초기에는 두통과 구토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서 발작, 시야 결손, 감각 이상 등 심각한 신경학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당시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40대 환자는 심한 두통과 구토 증세로 병원을 방문했으며 초기 뇌 MRI에서 좌측 후두엽에 불규칙하게 조영된 종양성 병변이 발견돼 뇌종양이 의심됐다. 의료진은 수술을 권유했지만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자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했다.

7개월 후 환자는 극심한 두통과 전신 발작으로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의료진은 후속 MRI에서 병변이 좌측 후두엽에서 좌측 두정엽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 기생충 감염을 염두에 두고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ELISA) 등을 진행했다.

검사 결과 스파르가눔증 항체가 검출되고 염증성 육아종이 확인돼 이후 의료진은 개두술을 통해 살아있는 스파르가눔증 유충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가 스파르가눔증 감염이 MRI에서 종양처럼 보일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생충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 저널인 'Neu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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