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동화기기(ATM) 제조와 정보기술(IT) 플랫폼 전문기업인 에이텍 신승영 대표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신 대표는 1989년 LG전자 컴퓨터사업부를 그만두고 용산전자상가에서 PC 수리업을 시작했다. 1993년 에이텍 법인을 설립한 뒤 컴퓨터와 주변기기 제조로 발전했다. LCD(액정표시장치) 일체형 PC로 ‘대박’을 터뜨린 신 대표는 기세를 몰아 LCD TV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쓴맛을 봤다.
이를 딛고 교통카드 시스템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ATM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회사를 중견 그룹사로 키워냈다. 신 대표는 지난 27일 “우리 ATM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4년 내 글로벌 ATM 시장 빅3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에이텍그룹은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에이텍과 에이텍모빌리티 등 5개 관계사로 구성된 중견기업이다. 신 대표는 그룹 중심에 ATM 제조를 두고자 최근 조직을 정비했다. 공공부문 PC·모니터 사업에 주력하던 에이텍이 ATM 사업을 담당하는 에이텍에이피의 영업 일체를 양수했다. 기존 PC 사업은 에이텍컴퓨터로 물적분할했다.
신 대표가 힘을 싣고 있는 금융자동화 사업은 에이텍이 2017년 LG CNS에서 인수했다. 이 사업부는 1989년 LG전자 금융부문에서 출발한 만큼 오랜 업력을 갖춰 국내 시장 입지가 탄탄했다. 하지만 핀테크와 모바일 등 디지털금융 활성화로 국내 성장 둔화는 불가피했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 에이텍 품에 안겼다.
에이텍은 국내 ATM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효성과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신 대표는 해외에서 기회를 찾았다. 기술력만큼은 세계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TM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폐 환류 기술이다. 입금된 현금을 확인하고 빠른 시간에 정확한 액수를 출금하는 시스템이다. 2009년 국산화 이전까지 일본에서 전부 수입했다. 에이텍은 지폐 환류 모듈의 국산화와 현금·수표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신 대표는 이를 앞세워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에이텍은 베트남과 이란 등 아시아 시장을 넘어 영국과 포르투갈 등 유럽으로 진출했다. 최근 1~2년 사이 러시아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신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일본 기업은 러시아에서 철수했지만 우리는 거꾸로 진입했다”며 “시멘트와 금속 등을 재료로 ATM 안에 더 단단한 금고를 만드는 등 차별화를 통해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2022년 320억원 수준이던 그룹 수출액은 올해 743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에이텍은 탄핵정국에 정치 테마주로 묶여 이달 초 1만7000원 선을 횡보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4만6300원까지 치솟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신 대표가 성남창조경영자포럼 운영위원을 맡았다는 이유에서 이 대표 테마주로 분류됐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회사 주가가 폭등한 사이 신 대표는 8만2500주, 장남인 신종찬 씨는 9만3661주를 매도했다. 회사 측은 “경영권 방어 목적의 주식 거래였다”고 해명했다. 주가가 고평가됐을 때 팔고, 가격이 내려가면 매수해 지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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