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정화 정책은 주로 총수요를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총수요를 늘리는 정책이다. 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경제 전체 생산량이 증가한다.
재정 지출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은 총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다. 수요 곡선이 왼쪽으로 움직여 경제 전체 생산량이 줄어든다. 조세도 주요한 수단이다. 감세는 총수요를 늘리고 증세는 총수요를 누른다.
일부 경제학자는 정부가 단기적 경기 변동에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감기가 들었을 때 2~3일 푹 쉬면 약을 안 먹어도 몸이 회복되는 것처럼 경기도 자연적으로 조절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업자가 불어나거나 물가가 치솟는 게 뻔히 보이는데 모르는 체할 정부와 정치인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정부는 경제 안정을 주요 목표로 삼고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을 활용한다.
그사이 경기는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다. 그런 경우 부양책은 경기를 과열시켜 경제를 오히려 불안정하게 할 수도 있다. 몸이 가뿐해지고 난 다음 감기약을 먹어 괜히 졸음만 오게 하는 꼴이다.
다양한 정책 목표가 상충하는 점도 문제다. 경기 활성화에 집중하다 보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물가를 억누르면 경기가 가라앉기 십상이다. 경기 활성화와 물가 안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 ‘샤워실의 바보’가 된다. 샤워기를 틀었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 수도꼭지를 더운물 쪽으로 돌렸다가, 이번엔 또 너무 뜨거워 다시 차가운 물 쪽으로 돌리는 행동에 빗댄 표현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경제 주체의 행동이 바뀌면 정책 효과는 반감된다. 정부가 실업을 줄이기 위해 재정을 확대하면, 근로자는 확장적 재정 정책의 영향으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임금이 오르면 기업은 고용을 늘릴 여력이 사라진다. 결국 정부가 목표한 고용 증가는 달성되지 않고 임금이 오른 여파로 물가만 오른다. 이렇게 총수요를 늘리는 정책이 물가만 높일 뿐 실업을 줄이지는 못하는 것을 ‘정책 무력성 명제’라고 한다.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경기 침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도, 추경도 새로운 레퍼토리가 아니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으로 1년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쏟아부었다. 추경도 거의 매년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성장률이 2%다. 노동개혁, 연금개혁, 저출생 극복 등 구조 개혁 없는 경제 안정화 정책은 임시 땜질일 수밖에 없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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