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못 갚은 카드빚, 금융위기 이후 최대

입력 2024-12-30 17:29   수정 2024-12-3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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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용카드 대출 부실화 비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수년간 높은 인플레이션율과 금리로 저소득층 가계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미국 금융정보 업체 뱅크랙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신용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심각하게 연체된 대출 채권 460억달러어치를 상각했다”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금액이고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채권을 대손 상각 처리하는 것은 고객이 카드 대금을 갚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보고 손실로 처리하는 절차로, 대출 부실률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다. 마크 잔디 무디스 이코노미스트는 FT에 “미국의 소득 하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소비자의 저축률은 0%”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채권 부실화는 은행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들이 아직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JP모간체이스와 씨티그룹에 이어 미국 3위 신용카드 기업 캐피털원도 지난 11월 기준 신용카드 채권의 연간 상각 비율(전체 대출 중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표시된 비율)이 6.1%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5.2%보다 1%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신용카드 대금 잔액도 급증해 2022년과 2023년에 총 2700억달러 늘어났다. 2023년 중반에 미국 소비자의 신용카드 빚 총액이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자율도 올라가면서 9월 말까지 1년간 신용카드 이용자는 이자로만 1700억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소비자 신용카드 빚 600억달러가량을 상각했음에도 최소한 한 달 이상 연체된 상태의 채권 규모가 3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무디스에 따르면 대출 손실(상각)의 전조로 여겨지는 신용카드 연체율은 7월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소폭 감소했을 뿐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평균 수준보다 거의 1%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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