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 사고 이틀째인 30일. 유가족들이 모인 전남 무안국제공항 국제선 출발대기실 앞에서 탑승자 A씨의 어머니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망자 신원 확인 전화를 받자마자 오열하며 울부짖었다.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신원 확인이 완료된 사망자 보호자에게 연락이 속속 닿기 시작하자 공항 1~2층 대기실의 유가족 임시텐트에는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가족들은 당국이 전남 무안군 종합스포츠파크와 전남도청, 광주 5·18 민주광장 등 공항 인근 세 곳을 합동분향소로 일방적으로 정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제주항공 참사 유족 대표단 측은 “유족 대다수는 공항 1층에 (합동분향소를)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연말을 맞아 여행에 나선 가족 단위 탑승객이 많았던 비행기에는 일가족이 모두 변을 당한 안타까운 사연도 적지 않았다. 프로야구팀 KIA 타이거즈의 홍보 매니저로 근무하는 C씨는 지난 15일 부인, 아들과 함께 코로나19 당시 가지 못한 신혼여행을 대신해 여행을 떠났다가 온 가족이 귀국길에 변을 당했다. 그의 만 3세 아들은 이번 사고의 가장 어린 희생자로 기록됐다. 수능을 끝낸 고3 아들을 둔 삼부자 희생자와 결혼 40년 만의 첫 해외여행에서 변을 당한 부부도 있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의 대다수는 광주·전남 지역민이었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숨진 승객 175명의 거주지는 광주 81명, 전남 76명, 전북 6명, 경기 4명, 서울 3명, 제주 2명, 경남·충남·태국 각 1명이었다. 태국인 2명 가운데 1명은 주소를 나주에 두고 있어 전남도민으로 분류됐다.
전국 곳곳에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무안 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포함해 서울 광주 울산 등 전국 17개 시·도에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광주 합동분향소에는 사고 비행기에 탑승한 중학교 3학년 D양을 떠나보낸 친구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D양의 친구 E양은 “중학교도 같이 졸업하고, 졸업사진도 같이 찍기로 했는데 이렇게 사고를 당할지 몰랐다”며 “당연하게 생각한 사소한 일상들이 한순간 무너져 내린 것만 같다”며 울먹였다.
무안=정희원/임동률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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