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폭풍이 확산하고 있다. 사고 기종인 보잉 B737-800 항공기(제주항공 소속)가 또다시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 이상으로 회항한 탓이다. 이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가 대부분 저비용항공사(LCC)인 데다 국내 LCC의 월평균 운항시간이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보다 많게는 17.7% 긴 반면 정비인력은 훨씬 적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객기 포비아’가 전체 LCC로 확산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30일 오전 6시37분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출발한 제주항공 7C101편이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서 이상이 발견돼 출발 50분 만에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갔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오전 6시57분께 랜딩기어에 이상 신호가 감지돼 기장이 지상통제센터와 교신했다”며 “이후 정상 작동했지만 기장이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회항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항한 항공편은 전날 사고가 난 기종과 같은 보잉 B737-800이다. 국내 항공사가 운영하는 101대 중 99대를 LCC가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39대로 가장 많고 티웨이항공(27대) 진에어(19대) 이스타항공(10대) 등도 여러 대를 갖고 있다. FSC 중에는 대한항공만 2대 운영하고 있다.
사고 기종과 똑같은 항공기에서 또다시 랜딩기어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항공기 기피 현상이 소비자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날 노르웨이를 출발해 네덜란드로 가던 같은 기종의 KLM 여객기가 유압장치 문제 등으로 비상 착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회항한 항공편에 탑승한 161명 중 21명은 불안하다는 이유 등으로 탑승을 포기했다.
국내 및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이 대부분인 LCC의 운항시간이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주력인 FSC보다 길다는 건 그만큼 자주 비행기를 띄웠다는 걸 의미한다. 진에어의 올해 1~11월 항공기 대당 운송여객은 37만3000명으로,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대당 운송여객(13만6000명)의 세 배에 달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들이 보유한 항공기가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이·착륙했다는 의미”라며 “운항 거리가 짧으면 이·착륙에 따른 충격을 더 많이 받는 만큼 정비도 더 자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LCC들이 확보한 항공기 1대당 정비사는 국토부가 권고한 최소 기준(12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말 기준 LCC들의 항공기 1대당 정비사는 제주항공 11.1명, 티웨이항공 10.4명, 진에어 10.0명 등으로 대한항공(16.5명)과 아시아나항공(16명)에 크게 못 미쳤다.
LCC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경기 침체와 고환율,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항공 수요 감소를 걱정하던 마당에 초대형 악재가 더해졌다”며 “LCC도 안전하다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라고 했다.
김재후/김진원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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