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 마지막 개장일인 30일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내주고 마감했다. 장중 내내 강세를 보이다가 막판 대규모 외국인 매도 물량에 급락했다. 반도체 겨울 논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최악의 부진을 겪은 국내 증시가 마지막까지 투자자를 허탈하게 했다.
남들 오를 때 10% 떨어진 코스피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2% 하락한 2399.49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2430 부근까지 반등하며 저점을 사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며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했고 장 막판 동시호가에서 2400선을 내줬다. 올 한 해 코스피지수는 9.63%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21.74% 폭락했다. 미국 S&P500지수가 25.18%, 나스닥종합지수가 31.38% 급등(지난 27일 기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같은 기간 19.22% 올랐다.올 한 해 국내 증시는 유독 부침을 겪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냉·온탕을 극단적으로 오간 영향을 받았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22조7981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하반기 들어 돌변해 20조394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 중심엔 반도체가 있었다. 외국인은 상반기에 삼성전자 주식을 8조원어치 이상 사들인 뒤 하반기에는 18조원어치를 팔았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하반기 34.8% 낙폭을 기록했다.
개인, 삼성전자에서 ‘평균 23%’ 손해
불안한 흐름 속에서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수익률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투자 주체별로 올해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매수가를 산출해 30일 종가와 비교한 결과 개인은 평균 17.13%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개인은 올해 반도체와 2차전지 종목을 집중 매수해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개인 순매수 1위인 삼성전자는 올 평균 매수가가 6만9660원으로, 평균 23.63% 손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인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서 평균 11.2%의 수익률을 거뒀다. HD현대일렉트릭 투자를 통해 47.8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6.99%), 한화에어로스페이스(31.45%), 알테오젠(42.37%) 등에서도 비교적 높은 이익을 거뒀다. 이에 개인은 해외 증시로 자금을 대거 이동했다. 지난해 말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680억2349만달러였는데 이달 26일 1178억6832만달러로 73.3% 늘었다.
다만 내년은 올해와 다를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더 이상 하락하기 어려운 수준에서 내년을 시작하는 반면 미국 증시는 더 이상 오르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원·달러 환율의 연말 주간 거래 종가가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5.0원 오른 1472원50전을 기록했다. 환율은 5거래일 연속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원50전) 이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박한신/배태웅/이시은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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