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면 대통령 권한대행들을 “따박따박 탄핵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압박’이 한풀 꺾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내란 일반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결정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덕수 전 권한대행 때에 비해 뉘앙스가 부드러워졌다. 대통령·국무총리·경제부총리 등 ‘3역(役)’에 전남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 컨트롤타워까지 맡은 최 권한대행을 탄핵하면 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평가다. 최 권한대행이 계엄 사태 직후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그어온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현실화 전 조기 대선을 이끌어 내야 하는 민주당이 얼마나 ‘허니문’ 기간을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최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위헌 소지가 있다며 공포를 거부한 한 전 권한대행의 결정을 최 권한대행이 정면으로 거스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 탄핵소추에 신중한 모습이다. 제주항공 참사 수습 와중에 최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있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을 기다려 보자는 이유가 더 크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KBS 라디오에 나와 최 권한대행 탄핵소추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할지에 따라 민주당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최 권한대행이 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게 아니라면 일단 기다려 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함께 계엄 선포에 강하게 반대한 점 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한 전 권한대행과 최 권한대행은 계엄 관여의 정도가 다르다”고 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특검 공포는) 정부가 판단할 일로, 거부권 행사도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한 전 권한대행과 달리 최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탄핵 데드라인’도 설정하지 않았다.
결국 정치 경험이 없는 경제 관료 출신인 최 권한대행이 여야의 권력 다툼 속에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여야가 최 권한대행에게 부담을 줄 게 아니라 직접 만나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한재영/도병욱/박주연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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