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당일인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한강에서 선상 불꽃놀이를 강행한 유람선 업체가 6개월 운항 금지 처분받았다는 소식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당일 가수 이승환이 김해서 콘서트를 예정대로 진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불꽃놀이가 안 될 거면 콘서트도 안 되는 게 맞고 콘서트 해도 된다면 불꽃놀이도 안될 거 없지 않나'라는 항의성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다.
서울시는 한강 유람선 업체인 현대해양레저에 대해 6개월간 운항을 전면 금지한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업체는 전날 저녁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열린 '한강 한류 불꽃 크루즈' 행사를 진행해 비난받았다. 대형 참사 당일 국민적 추모 분위기에서 진행된 선상 불꽃놀이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내년 6월까지 한강 경인아라뱃길~원효대교 구간 유람선 운항을 할 수 없다.
특히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참사 이후인 오후 2시 40분쯤 업체에 취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는 선상 불꽃놀이를 취소하지 않았다.
현대해양레저 김진만 대표이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리고 "다시 생각해 보면 행사는 취소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애도기간 선포 전이었고 너무 급작스러운 상황이라 미숙한 판단이었다"며 "엄중한 상황과 대형 참사 속에서 모든 분이 애도하는 시기에 행사를 진행해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김 대표는 "선상에서 진행된 불꽃은 외국인 방한 인센티브 단체와 이미 계약된 행사로, 당일 일방적 취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다문화 어린이 초청행사와 연말 사회봉사 단체 초청행사 등 200여명의 탑승이 결정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관광업게의 현실이 하지 못할 행사, 하지 말아야 할 행사를 구분하기 어렵게 했다"면서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승환 콘서트 관련해 김해문화관광재단 측은 "만석인 팬들의 입장과 공연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그대로 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공연은 1350석이 매진된 상태로 전해진다.
이날 공연 후 온라인상에 공유된 영상을 보면 이승환은 공연시작 전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글을 띄워 애도했다.
공연 다음 날 이승환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애도를 표하며 이번 주말 예정된 충남 천안 공연 취소를 공지했다.
이승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주항공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아픔 속에 계실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공연 취소 의견을 공연기획사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 달 4일 충남 천안예술의전당에서 35주년 콘서트 '해븐'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한편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29일 오전 9시 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착륙 과정에서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하다가 공항 외벽과 충돌했다. 여객기는 충돌 후 화염에 휩싸였고, 탑승객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정부는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참담한 슬픔 속 연말연시에 집중됐던 공연과 행사는 잇달아 연기되고 있다.
참사 당일 열린 콘서트는 희생자 애도로 시작됐다.
가수 성시경은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으로, 가수 임영웅은 깊은 슬픔을 느낀다는 애도로 콘서트 문을 열었다.
가수 조용필 또한 이승환과 마찬가지로 다음 달 4일 예정했던 콘서트를 각각 열지 않기로 했다.
지상파 3사도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등 연말 시상식 생방송을 줄줄이 취소했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를 열고 있는 1500개 시민사회단체 연합은 내일 열기로 했던 콘서트를 취소했다.
대신 헌법재판소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참사는 마음아프지만 애도를 강요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자영업자들만 죽어나간다"거나 "실내에서 진행하는 콘서트와 한강 유람선 불꽃쇼는 다르다"며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SNS에 일상 사진조차 올릴 수 없는 현실을 두고 '추모 계엄령'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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