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포스트가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발목 연골 손상 적응증에 대한 품목허가가 반려되면서 추가 임상 3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당초 발목 연골 손상 적응증의 매출 기대치가 크지 않았고, 추가 임상 비용은 현대바이오랜드가 전액 부담하는 조건이어서 재무적인 타격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 메디포스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카티스템의 발목 관절의 거골 연골·골연골 결손 적응증을 추가하는 품목허가 변경 신청이 반려됐다고 공시했다.
식약처의 품목허가 반려 사유는 “임상결과에서 유효성 평가지표는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지만,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임상 3상에서 이미 1차지표 입증에 성공한 만큼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며 “추가 임상 3상에 대해 현대바이오랜드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임상적 유효성으로만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임상에서 위약군 대비 투약군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로 효능을 입증했는지, 안전성을 근거로 판단한다. 식약처의 문턱을 넘으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한다. 심평원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 요소는 효과개선, 안전성 개선, 편의성 등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편익이 인정되는 개선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카티스템은 다른 사람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개발한 세계 최초의 동종줄기세포치료제다. 2012년 국내에서 무릎 연골 손상에 대한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메디포스트는 카티스템 단일품목으로만 2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출시 12년 만에 처음 매출 2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미 출시된 치료제인 만큼 많은 회사들이 카티스템의 판권에 눈독을 들였다. 현대바이오랜드(옛 SK바이오랜드)는 2018년 12월 카티스템의 발목 적응증에 대한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대신 현대바이오랜드가 발목 적응증의 국내 임상 3상을 전담하고 관련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2020~2022년 발목 관절 거골연골, 골연골 결손 환자를 대상으로 카티스템의 임상 3상을 했다. 총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1차지표인 수술 후 12개월(48주) 시점 국제연골재생학회 연골재생 평가점수(ICRS)를 측정했다. ICRS는 높을수록 연골 복구가 잘된 것으로 본다.
ICRS 측정 결과 대조군(미세천공술) 9.547±0.312점, 시험군(카티스템 투약군) 10.541±0.326점이다. 이에 따른 두 군 간 점수 차이는 0.994±0.453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p=0.0309). 이 데이터를 근거로 메디포스트는 2023년 11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1년 만에 반려 결과가 나온 것이다.
ICRS의 총점 범위는 0~12점이다. 1등급(정상) 12점, 2등급(거의 정상) 8~11점, 3등급(비정상) 4~7점, 4등급(심하게 비정상) 1~3점이다. 대조군은 약 9.5점, 카티스템 투약군은 10.5점이면 두 군 모두 2등급 거의 정상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카티스템은 줄기세포 치료제인 만큼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따라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기존 치료제 대비 앞서기 힘들다. 업계에서는 심평원이 효능에서 더 월등한 추가 데이터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카티스템의 발목 적응증 추가 임상 3상 역시 현대바이오랜드가 금액을 전액 지불하고 도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줄기세포치료제의 허가를 위한 국내 임상 3상은 약 4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포스트와 현대바이오랜드는 카티스템의 발목 적응증에 대한 최소 구매 계약을 맺었었다. 현대바이오랜드의 최소 구매 금액 계약은 1~5차년에 52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메디포스트가 이번 임상 3상 반려로 재무적으로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한다.
현대바이오랜드 관계자는 “식약처 심사 의견과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확증할 수 있는 추가 임상 3상 진행에 대해 메디포스트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1995년 설립된 화장품 원료 제조기업이다. SK 계열사에서 2020년 현대백화점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대바이오랜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줄기세포 신약 개발에 투자를 해왔다. 2018년 메디포스트 카티스템 발목 적응증 국내 판권, 2019년 강스템바이오텍과 줄기세포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지난 11월 현대바이오랜드는 강스템바이오와 맺었던 국내 독점판권·통상실시권 설정 및 기술전수 계약을 해제했다. 강스템바이오텍에 지급한 계약금 50억원은 돌려받았다.
현대바이오랜드 관계자는 “자체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한 신규 제품 개발 등 다양한 바이오메디컬 추가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2월 31일 09시40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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